지상에 남기는 바다의 꿈 / 한길수
2008.03.28 13:38
먹물 품어 짙어가는 어둠의 틈새로
연기 사이를 헤집어대는 저녁 불빛
대기 밖 밀려난 육지의 만성 통증들
식도타고 스멀거리며 역류하는 위산
절반 숨 호흡으로 등대 불빛 삼켜도
낚시 엮인 채 갑판에 올려진 목숨이다
일격에 급소 찔린 축 늘어진 몸, 몸들
양동이 식은 눈물 반쯤 채워지고서야
무너져 지상에 남기는 유물의 뼈대
아픔만으로 죽을 수 있다는 걸 어찌 알까
숫한 걱정거리도 지나면 별 것 아니고
내일도 새삼스러울 것 없는 곁가지들
날마다 새로워지려 쫓아다닌 삶의 골절
어둠에 선 내 질긴 급소는 어디일까
20그램 갑오징어 뼈 녹아들어 지탱하는
흉부 드러낸 과민한 성격의 처방전
빳빳하게 세운 기둥도 허물진지 오래
지상에 두른 나이테와 빈약한 가슴 뿐
문 밖에 나선 生이 위성으로 떠돌지라도
컴컴해진 세상에 온전하게 기억해주길
물 위에 떠있는 황홀한 빛의 꿈, 꿈들
밤바다에 서서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고
새벽 붙잡고 목젖 붓도록 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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