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 고현혜(타냐)
2008.07.09 03:21
바쁜 아침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서는 뒷모습을 보고
돌아와 어수선한 부엌에 서면
엄마가 그립다.
엄마가 차려주시는 밥상이 그립다.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흰 쌀밥에
가시 발려 올려지는 생선구이
따스한 국 한그릇.
아이들이 먹다 남기고 간 프렌치 토스트
메플시럽에 찍으며
어머니를 기다리다
나
일어나
햅쌀 한 줌 씻는다.
남편 주려고 얼려 논 생선을 녹이고
아이들 주려고 끓여 놓은 국을 데운다.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내 부엌에서
나의 밥상을 차린다.
고소히 익어가는 밥 냄새
알맞게 구어지는 생선
따스히 덥혀진 국의 불을 끄며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아직 어린 내 영혼을 먹인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67 | 김선일, 그대는 죽지 않았다 -오정방 | 관리자 | 2004.07.24 | 179 |
266 | 홍인숙-나와 화해하다 | 미주문협 | 2017.07.15 | 179 |
265 | 치마 길이 소동 / 성민희 | 관리자_미문이 | 2012.05.07 | 180 |
264 | 이도강의 별 - 장효정 | 미문이 | 2004.12.26 | 181 |
263 | 또순이의 마지막 선택 / 김수영 | 관리자_미문이 | 2012.02.06 | 183 |
262 | 울 아버지 / 최영숙 | 관리자_미문이 | 2012.10.23 | 184 |
261 | 내가 꽃이라면 / 박영호 | 미문이 | 2008.11.18 | 185 |
260 | 마지막 껍질 - 정어빙 | 미문이 | 2004.09.30 | 187 |
» |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 고현혜(타냐) | 미문이 | 2008.07.09 | 187 |
258 | 자목련, 자목련 / 장태숙 | 미문이 | 2009.04.27 | 187 |
257 | 가을 산 / 이상태 | 관리자_미문이 | 2011.09.19 | 189 |
256 | 나삼진-생각의 그물 | 미주문협 | 2018.01.01 | 190 |
255 | 회전목마 - 조옥동 | 미문이 | 2004.12.05 | 195 |
254 | 강강수월래 - 고대진 | 미문이 | 2004.09.15 | 197 |
253 | 표고목-이기윤 | 미문이 | 2007.07.10 | 197 |
252 | 꽃씨 한 알 / 정용진 | 관리자_미문이 | 2011.11.07 | 197 |
251 | 클릭-윤석훈 | 미문이 | 2007.06.29 | 199 |
250 | 사랑의 샘 (1) - 전상미 | 미문이 | 2005.04.03 | 200 |
249 | 시인의 봄날 / 조정희 | 미문이 | 2007.11.09 | 200 |
248 | 춘곤증 / 이주희 | 미문이 | 2009.03.30 | 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