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植物園)에서 / 이용애
2009.03.16 12:26
새해를 맞아
동네 식물원에 들렀다
그 곳에선 사계절이
한 우리 안에서 어깨를 비비고 있었다
그늘진 숲에 자리한 은행나무
이제야 맑은 노랑 잎 함빡 달고
가을을 만끽하고 서 있다
내 어릴 적 가을이면 교정을 황홀하게 물들이던
그 나무를 한 겨울에도 볼 수 있다니
한 모퉁이 돌아서니
잎을 몽땅 털어버린 겨울나무들이
하늘 향해 손들고 서 있다
지금은 분명 겨울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걸까
봄을 기다리는 엄숙한 수도자의 자세다
한참 떨어진 양지바른 선인장 밭에는
겨자씨만한 새 싹이
온 밭을 덮으며 봄을 합창하고 있었다
제비꽃도 앙증맞게 피어있는 따사로운 봄 밭
부푼 가슴 더는 흙속에 가두어 둘 수 없었나보다
한 구비 돌아 여름내 우리가 볼 수 있던
눈에 익은 꽃 골고루 피어 있는 여름 꽃밭
돌아가며 제 자랑이 한창이다
그러니까 이 곳은
계절을 마음대로 차지할 수 있는 곳이었네
사 계절을 다 돌아보고 밖에 나오니
하얀 구름덩이 사이로
맑은 햇살이 눈부시게 춤을 추고 있었다
참 복 받은 동산에 살고 있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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