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 자목련 / 장태숙
2009.04.27 04:55
자목련, 자목련
장태숙
근 삼년 만에 첫 말문이 트인 걸까요?
하늘 향해 봉긋 연 여섯 송이 도톰한 입술들
짧지 않은 시간
침묵시위로 일관하던 볼품없던 잎사귀들
오뉴월 햇볕에 버짐 핀 얼굴처럼 뚝뚝 떨어져 나갈 때
서 있는 것조차 위태롭던 어린 그녀
천 날의 하늘을 마시고 부르튼 영혼의 발 돋음으로
제 속 시들어 가는 혈관에 쉬지 않고 풀무질 해댔을
노역의 날들을 생각합니다
죽는 것도 사는 것만큼이나 어려워
비탄이 다른 비탄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혼신을 다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직은 초라한 행색입니다만 벌어진 둥근 입술들
제각각 떠드는 소리에 제 귓속이 다 얼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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