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맥 해면정맥동루 / 한길수
2010.06.14 10:09
마취제 등 꽂혀 주입되고 이내
"제 말 들리십니까? 들리……. "
UCLA병원에서 6시간 수술하는 동안
솜 안개 자욱한 꿈길 점점 깊어간다
좀처럼 가시지 않았던 두통
나이 마흔 넘어 몸 한 구석쯤
아프지 않은 이 어디 있으랴
피보다 더 붉은 스트레스 갈래
수만 마일 고장 없이 잘 달려왔는데
"어? 내가 왜 그러지."
올라서고 겹쳐 갈 길 잃어버린 공항
새벽 4시까지 응급진료 기다리며
고막 속 꿈틀거리는 절음의 병명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세요."
혈관 터져 고여 있는 검은 실 줄기
세상 알 수 없는 일이 어디 한 둘이랴
한쪽 눈으로만 사물 봐야한다면
바퀴가 둘 뿐인 자동차도 굴러다니겠지
여전히 꿈틀거리며 파열되는 통증
맹물도 토해 담을 수 없어 가벼워진 몸
살고 싶은 간절함 꿀꺽 삼키며
"가족을 몰라볼 수도 있습니까?"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의 옅은 미소
슬픈 잔영 보듬으며 살라 하기엔
반쪽만이라도 곁에 남아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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