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 꽃, 아름다운 / 김영교
2010.08.10 08:13
파피 꽃 아름다운 마을에 식당하는 시인친구 살고있다
오른 팔을 다친 장기 장애인을
매일 새벽이면 만나주는 멕도날드씨
2시간 왼손으로 시를 쓰고
나머지 하루 22시간 온 몸으로 인생을 쓰는
시인을 바라본다
시를 되씹고
힘줄처럼 질긴 불경기를 씹다
그만 덜컥거리는 이빨
치통을 겪지만
사람냄새 나는 시인다운 시인 있어
위로 한 가닥 바람에 나부낀다
어깨가 으스러지도록 일을 해도
식당문 들어서는 발길 뜸해
답답한 가슴
핏방울 시(詩)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가 살아가는 힘
대나무 밭의 바람
아! 시통(詩痛)임에야...
남아있는 왼팔을 막내딸처럼 사랑하며
어루만지는 마음 물밀듯 밀려와
이웃 들꽃마저 글썽이게 만든다.
세월 속에 숙성된 시어들, 그 힘으로 지붕을 떠받히는
폭우 쏟아지는 늦은 밤, 불 밝히고 기다리는 고향집
아침햇살 퍼지는 창살, 문풍지 다정한 낮은 미소의 문을 달고
따뜻한 아랫목, 아늑한 쉼이 있는 사랑의 집 한 체
시집(詩集)을 짓자, 친구여
이민 언덕에 파피 꽃 아름다운 시집을 짓자,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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