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의 여망 (餘望) / 이용애
2010.12.28 06:17
바람은 나를 어디로 몰고 가고 있는걸까
젖은 길바닥위에 뒹구는 내게는
어떤 내일이 찾아오고 있을까
내가 가는 그 곳에도 하늘엔
새 떼가 날아다니고
밤이면 초승달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을까
키 작은 들꽃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와
바람에 춤추는 풀잎의 속삭임도 들리는 곳일까
내가 어설피 작별을 고한 가랑잎들도
그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바싹 마르고 일그러진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닌
내가 나무에 달려 있을 때
당당하고 또렷했던 모습을
누군가 기억 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소망 한다
긴 꿈속에서 깨어난 양
어느 날 다시 파릇한 새순으로 돋아나
눈부신 햇살과 만날 수 있기를
내가 늘 속에만 담아 두었던
아주 소중하고 작은 일들을
망설 임 없이 해 낼 수 있기를
그래서 마음을 열고
한껏 팔랑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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