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5 / 강성재
2011.05.01 12:45
메마른 논두렁 길로 접어 들었다
메뚜기 떼 하르르 하르르
절대 그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래 버려진 돌담과
허물어진 초옥 위로
멧새 두어 마리
해 거름 따라가 듯
낮은 구릉 너머로 느릿느릿 사라져 갔다
이승의 생이 다하면
또 하나의 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
끝나는 길마다 빈 초옥은
띄엄띄엄 이어져 있었다
밥 짓는 고신 내는 어디에도
솟아 오르지 않았다
방치된 우물 속에서 해 거름이
부서진 두레박 하나를 건져 올리는 동안
병든 몸의 휘청거림처럼
텃밭의 무거운 잎사귀들이
가난한 저녁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생이 다해도 이대로
끝일 수 없다는 듯 집은,
어둠이 내리는 뒤란 가득
고단한 몸 다시 세우고 있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67 | 작품게재에 대하여 | 미문이 | 2009.06.22 | 862 |
166 | 팔색조 / 최문항 | 미문이 | 2009.06.22 | 278 |
165 | 사랑, 그 황홀한 유혹 / 지희선 | 미문이 | 2009.06.15 | 469 |
164 | 봄 두른 샛터 마을 / 조옥동 | 미문이 | 2009.06.08 | 330 |
163 | 개똥벌레의 여행 / 정해정 | 미문이 | 2009.06.01 | 483 |
162 | Sedona에서 / 정용진 | 미문이 | 2009.05.26 | 202 |
161 | 성모의 밤을 맞이하여 / 정문선 | 미문이 | 2009.05.18 | 313 |
160 | 문병/장효정 | 미문이 | 2009.05.05 | 324 |
159 | 자목련, 자목련 / 장태숙 | 미문이 | 2009.04.27 | 187 |
158 | 낙엽 하나 바람을 이고 / 장정자 | 미문이 | 2009.04.21 | 137 |
157 | 명상시조 3편 / 임혜신 | 미문이 | 2009.04.13 | 156 |
156 | 카스트라토 / 임영록 | 미문이 | 2009.04.07 | 65 |
155 | 춘곤증 / 이주희 | 미문이 | 2009.03.30 | 200 |
154 | 모래산 / 이용우 | 미문이 | 2009.03.23 | 370 |
153 | 식물원(植物園)에서 / 이용애 | 미문이 | 2009.03.16 | 110 |
152 | 태양열 로봇 / 이영숙 | 미문이 | 2009.03.09 | 147 |
151 | 극장에서 / 이성열 | 미문이 | 2009.03.02 | 64 |
150 | 낙엽 / 이기윤 | 미문이 | 2009.02.23 | 104 |
149 | 악수 / 윤석훈 | 미문이 | 2009.02.16 | 89 |
148 | 종이별 / 윤금숙 | 미문이 | 2009.02.10 | 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