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우리가 / 백선영
2011.07.26 15:07
6월 어느 날 달라스 카운리 어빙 시
해외토픽 뉴스에서나 보던 야구공만한 우박이
거실 창을 깼다
잠시 밖에 세워둔 승용차 역시
썬루프, 앞창, 뒷창을 박살 내며
분열증에서 마악 깨어난 어설픈 타이어
온몸에는 급자기 피어난 천연두 꽃 자국들
부서진 조각달의 날카로운 신음 쓸어내며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울증의 비늘을 벗겼다
상처로 그늘진 제임스의 얼굴
어미 눈빛으로 끌어당긴 볕에 얹어놓고
생선 굽는 연기 탓이라며 눈을 비빈다
" 엄마, 어느날 우리가 이야기하다 무심히 마주 보며
아주 나지막이 누구세요 ? 하게 될 것 같아 "
아무렇지도 않게 깔깔깔 웃고 말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타 들어 가는 데인 자국
모자(母子)의 얼굴에 간간히 비쳐져도
딱정이 속에 돋는 간지러운 새 비늘
우박이 깨어 부순 조각달은 초닷새가 지나
보름이 되면 다시 둥그렇게 되는 것을
어느날 우리가 기억하지 못해도
우리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오면서 냉기에 젖어
자주 코피 나고 순간순간 골절된 초점 삐걱이지만
찢긴 혈관 속에 따스한 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모처럼 따끈한 정종에 풀어 놓은 제임스의 농담
우리는 조각달을 서로 나누어 가지며
아리고 질기고 필연인 녹진한 행복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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