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 백선영
2012.04.16 05:58
집을 비우거나 혼자일 때
제임스는 방마다 불을 켠다
햇빛 눈 부신 한 낮에도
거실, 화장실, 옷장까지,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텅 빈 세탁기도 불을 켠다
위축된 정적(靜寂)에
맨 살 부딪히는 소리
휘언(諱言) ~휘언~
살이 닳도록 몸을 닦고 나면
울컥 터지는 무심한 코피
불안에 젖는 하얀 꽃솜
늘 헛헛하다는 제임스
언제나처럼 방문을 잠근다
가위 눌린 사각지대
쩍쩍 갈라진 빙하 위에
은빛 반짝이는 달팽이 껍때기
온난화 새벽 동편 호수에
꿈 속을 유영(游泳)하고 있는
달팽이 무리 휘언~ 휘언 ~
*휘언(諱言):꺼려 세상에 들어 내놓고 하기 어려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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