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치다 / 유봉희
2012.07.02 04:51
명주잠자리 풀 먹인 날개 안에
반짝이는 형광 빛 푸른 별들이 담겨 있다.
하늘거리는 풀잎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그 별들은 날개에서 사르르 풀려나와
다시 하늘로 오르려나.
물소리에 젖어 있는 잠자리 심상치 않다.
저 고요한 더듬이가 더듬는 곳은 어디인지.
지난날 바닷가나 산기슭 어디라도
모래땅에 절구통 집을 파 놓고
눈먼 먹이가 빠지기를 무작정 기다리던 긴 날들
넓은 세상 샅샅이 누비며 사냥 한번 못하고
뒷걸음으로 빙빙 돌며 자신의 함정에 자신을 가두던
이름도 별스런 개미귀신 개미지옥.
뒤돌아보지 마라.
물 위로 날개를 활짝 편다.
한낮에도 반짝이며 별무리 끌고 가는
별박이명주잠자리.
* 풀치다 : 맺혔던 생각을 돌리어 너그럽게 용서하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27 | 세歲밑의 길목에서 / 이용애 | 미문이 | 2010.02.16 | 631 |
326 | 언어의 섬 / 이월란 | 미문이 | 2010.02.22 | 723 |
325 | 환생 / 임혜신 | 미문이 | 2010.03.01 | 673 |
324 | 이별, 그 울림속으로 / 장정자 | 미문이 | 2010.03.08 | 679 |
323 | 물 위에 뜬 도시 / 장태숙 | 미문이 | 2010.03.15 | 771 |
322 | 밤의 세레나데 / 정국희 | 미문이 | 2010.03.22 | 706 |
321 | Cancun Beach에서 / 정용진 | 미문이 | 2010.03.29 | 749 |
320 | 봄편지 / 정해정 | 미문이 | 2010.04.06 | 744 |
319 | 웨스턴 길 山다방/ 조옥동 | 미문이 | 2010.04.13 | 803 |
318 | 아니, 벌써 2월 / 조정희 | 미문이 | 2010.04.20 | 828 |
317 | 릴레이 수필2/사랑-꽃은 피고 곧 지고 / 지희선 | 미문이 | 2010.04.26 | 897 |
316 | 낮달 / 차신재 | 미문이 | 2010.05.03 | 713 |
315 | 잃어버린 와인(臥人) / 채영식 | 미문이 | 2010.05.10 | 948 |
314 | 피로연 단상 / 최문항 | 미문이 | 2010.05.17 | 944 |
313 | 물레야 돌아라 / 최상준 | 미문이 | 2010.05.24 | 836 |
312 | 환갑잔치 / 최영숙 | 미문이 | 2010.06.01 | 1322 |
311 | 주걱(2) / 최익철 | 미문이 | 2010.06.08 | 840 |
310 | 경동맥 해면정맥동루 / 한길수 | 미문이 | 2010.06.14 | 880 |
309 | 함박눈이 오는 밤 / 홍 영순 | 미문이 | 2010.06.22 | 1187 |
308 | 아내 생일날 / 강성재 | 미문이 | 2010.06.28 | 8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