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 이월란
2012.08.13 06:23
철망 너머로 어린 눈이 자라는 동안
오랑캐의 나라를 그리워했다
계절과 계절 사이를 비집고
시차만 고여 있는 땅도 있더라
나라와 나라 사이
통용되지 못할 언어로 봉인되어
내 손을 떠나버린 편지 같은 이야기
손 타지 않는 신비한 생태계다
옆집 여자의 금발이 동화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면
떠나온 곳만 궁금해지는 지병을 앓는
희귀동물 한 마리, 목이 길어진다
갱신한 비자의 숫자만큼
강산이 변해도
어린 정강이가 엎어지던
골목은 여전히 자라고 있어
답장이 실리지 않은 비행기 한 마리
하늘에 금을 그으며 날아간다
소속을 잃고 뒤뚱, 밟아버린
하늘의 금
중도의 노선만 걷는 희귀종이 수시로
태어나는, 여기는 비무장지대
철망에 걸리지 않는 바람 한 줌씩
답장처럼 날아오면
발 디딘 곳이 모두 국경이더라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27 | 시조 <귀로에서 > 기영주 | 미주 | 2024.06.01 | 14 |
526 | 스턴트 맨 / 서연우 | 미주 | 2023.11.02 | 28 |
525 | 하루가 산다 / 김준철 | 미주 | 2023.12.31 | 34 |
524 | 만세 (시조) / 최연무 | 미주 | 2023.12.01 | 35 |
523 | 반성문 / 오문강 | 미주 | 2023.10.01 | 38 |
522 | 능소화-김기숙 | 미주문협 | 2022.10.19 | 39 |
521 | 박영숙영-창안과 창밖 | 미주문협 | 2020.08.03 | 41 |
520 | 눈-최경희 | 미주문협 | 2021.01.19 | 41 |
519 | 이창범-연어의 강 | 미주문협 | 2020.07.02 | 42 |
518 | 김영수-紅梅 | 미주문협 | 2020.01.18 | 44 |
517 | 고백 (디카시) 성민희 | 미주 | 2023.05.01 | 44 |
516 | 가끔, 시를 쓰는 일은 / 이창윤 | 미주 | 2023.06.30 | 45 |
515 | 이창범-정안수 | 미주문협 | 2021.11.01 | 46 |
514 | 사모곡-김희원 | 미주문협 | 2021.12.17 | 46 |
513 | 바람의 발자국 / 박정순 | 미주 | 2024.03.01 | 47 |
512 | 현은숙-붉은비 | 미주문협 | 2021.06.02 | 47 |
511 | 손용상-다시 일어나면 되잖아 | 미주문협 | 2022.05.31 | 48 |
510 | 아직은 / 시조 김기숙 | 미주 | 2023.05.18 | 48 |
509 | 콩나물 해장국 / 서외자 | 미주 | 2023.07.15 | 48 |
508 | 운명-김호길 | 미주문협 | 2022.08.15 | 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