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며
2006.03.17 19:03
수필과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초) 남애순
"넌 감정이 풍부하잖니? 할 수 있을 거야!”스스로 나 자신을 다독거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내 풍부한 감정이란, 고작 남보다 좀더 잘 웃고, 잘 울고, 잘 허무해지는 내 성격이 아닌가? 그것이 내가 수필창작 반에 등록한 커다란 이유였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수필가로 등단해 보겠다는 단단한 각오도 없이 말이다. 그동안 제대로 일기조차 써본 적이 없는 내가 과연 좋은 수필을 쓸 수 있을까?
3월의 시작은 곧 1년의 시작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봄이 주는 희망과 설렘을 안고 몇 번이고 마음만 기웃거려 보았던 수필, 잘 쓰지도 못하는 수필의 문을 두드렸다. 내가 수필이란 장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논픽션이라는 매력 때문이다. 애써 상상력을 동원해야 할 수고로움도 없고 깔끔하게 압축해야 하는 고급문장도 아니어서이다. 무겁지 않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면 될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 자신을 스스로 안심시키기 위한 또 다른 자위일 뿐이다.
가끔 내 안에 들어있는 무엇인가를 풀어내고 싶을 때가 있었다.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내듯 풀다 보면, 나에게 맞는 근사한 옷도 짜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들쭉날쭉한 내 감정들도 가지런히 정리정돈을 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음만 조급해질 뿐 내가 짠 것들은 한낱 작은 조각들에 불과했었다. 뭔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어서 더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수필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 봄날만큼 마음이 설레고 봄꽃만큼 마음이 화사해진다.
첫 강의! 부지런을 떨었지만 겨우 시작시간 안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103강의실에 도착 할 수 있었다. K교수님의 자기소개가 있었다. 화려한 경력과는 달리 편안하고 강의 내용도 무겁지 않아 좋았다. 유머감각도 있어서 강의실 분위기가 부드러웠다. 수강생들 모두가 초면들인데도 어느새 구면들처럼 정겨워졌다.
지금까지 수강 중 수필집을 발간한 분들이 10명이나 되고, 등단작가로서 수강한 분들도 13명이나 되며, 수강중 등단한 수강생들이 50여 명이나 된다고 소개해주었다. 교수님의 자기소개가 있기 전에 미리 도착한 나는 주눅이 들었다. 등단이며 수필집 출간이 나와는 너무 거리가 먼 꿈속의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처음의 용기와 설렘과는 달리 나 자신이 점점 작아지고 초라해졌다. '과연 나도 해낼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들이 순간순간 고개를 디밀었다.
수강생들의 자기소개순서가 되었다. 대체 나 자신을 어떻게 남들에게 소개해야 하는 걸까? 내가 살아온 지금까지의 내 이력은 뭘까?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어느새 딛고 올라선 불혹의 나이만이 내 이력서를 메우고 있을 뿐이다. 반대표 선출 시 대표로 선출된 P회장님이 나에게 총무를 맡아달라고 간청했다. 나는 내 의사 한 마디 제대로 피력하지 못한 채 기초반 총무라는 직책을 덥석 맡게 되었다. 제일 젊다는 게 이유였지만, 오히려 포기하려는 나를 붙잡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주저앉지 말고 더 용기를 내보라는 신의 게시였을까? 그래도 기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또 다른 나 자신에게 고마울 뿐이다.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데는 분명 그만큼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어디에도 명함 하나 자신 있게 내밀지 못하는 내게 주어진 총무라는 임무, 이 임무 또한 명함이라 이름 붙이기에도 부끄러울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이므로 나에겐 무엇보다도 더 큰 명함이나 다를 바 없다. 운명이란 타고나는 것이라던가? 그래 운명으로 받아들이자. 그래서 이 봄에는 수필이란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고 물도 주고 거름도 주어가며 열심히 가꾸어 보고 싶다. 그 수필이란 나무가 거목으로 자랄 때까지 수필과 나의 사랑이 이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수필아, 사랑한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초) 남애순
"넌 감정이 풍부하잖니? 할 수 있을 거야!”스스로 나 자신을 다독거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내 풍부한 감정이란, 고작 남보다 좀더 잘 웃고, 잘 울고, 잘 허무해지는 내 성격이 아닌가? 그것이 내가 수필창작 반에 등록한 커다란 이유였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수필가로 등단해 보겠다는 단단한 각오도 없이 말이다. 그동안 제대로 일기조차 써본 적이 없는 내가 과연 좋은 수필을 쓸 수 있을까?
3월의 시작은 곧 1년의 시작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봄이 주는 희망과 설렘을 안고 몇 번이고 마음만 기웃거려 보았던 수필, 잘 쓰지도 못하는 수필의 문을 두드렸다. 내가 수필이란 장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논픽션이라는 매력 때문이다. 애써 상상력을 동원해야 할 수고로움도 없고 깔끔하게 압축해야 하는 고급문장도 아니어서이다. 무겁지 않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면 될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 자신을 스스로 안심시키기 위한 또 다른 자위일 뿐이다.
가끔 내 안에 들어있는 무엇인가를 풀어내고 싶을 때가 있었다.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내듯 풀다 보면, 나에게 맞는 근사한 옷도 짜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들쭉날쭉한 내 감정들도 가지런히 정리정돈을 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음만 조급해질 뿐 내가 짠 것들은 한낱 작은 조각들에 불과했었다. 뭔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어서 더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수필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 봄날만큼 마음이 설레고 봄꽃만큼 마음이 화사해진다.
첫 강의! 부지런을 떨었지만 겨우 시작시간 안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103강의실에 도착 할 수 있었다. K교수님의 자기소개가 있었다. 화려한 경력과는 달리 편안하고 강의 내용도 무겁지 않아 좋았다. 유머감각도 있어서 강의실 분위기가 부드러웠다. 수강생들 모두가 초면들인데도 어느새 구면들처럼 정겨워졌다.
지금까지 수강 중 수필집을 발간한 분들이 10명이나 되고, 등단작가로서 수강한 분들도 13명이나 되며, 수강중 등단한 수강생들이 50여 명이나 된다고 소개해주었다. 교수님의 자기소개가 있기 전에 미리 도착한 나는 주눅이 들었다. 등단이며 수필집 출간이 나와는 너무 거리가 먼 꿈속의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처음의 용기와 설렘과는 달리 나 자신이 점점 작아지고 초라해졌다. '과연 나도 해낼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들이 순간순간 고개를 디밀었다.
수강생들의 자기소개순서가 되었다. 대체 나 자신을 어떻게 남들에게 소개해야 하는 걸까? 내가 살아온 지금까지의 내 이력은 뭘까?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어느새 딛고 올라선 불혹의 나이만이 내 이력서를 메우고 있을 뿐이다. 반대표 선출 시 대표로 선출된 P회장님이 나에게 총무를 맡아달라고 간청했다. 나는 내 의사 한 마디 제대로 피력하지 못한 채 기초반 총무라는 직책을 덥석 맡게 되었다. 제일 젊다는 게 이유였지만, 오히려 포기하려는 나를 붙잡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주저앉지 말고 더 용기를 내보라는 신의 게시였을까? 그래도 기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또 다른 나 자신에게 고마울 뿐이다.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데는 분명 그만큼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어디에도 명함 하나 자신 있게 내밀지 못하는 내게 주어진 총무라는 임무, 이 임무 또한 명함이라 이름 붙이기에도 부끄러울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이므로 나에겐 무엇보다도 더 큰 명함이나 다를 바 없다. 운명이란 타고나는 것이라던가? 그래 운명으로 받아들이자. 그래서 이 봄에는 수필이란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고 물도 주고 거름도 주어가며 열심히 가꾸어 보고 싶다. 그 수필이란 나무가 거목으로 자랄 때까지 수필과 나의 사랑이 이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수필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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