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쉬운 걸 가지고
2006.04.09 19:41
이렇게 쉬운 걸 가지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정현창
‘왜 이렇게 시끄럽지? 평소엔 이렇게까지 시끄럽지는 않는 것 같았는데…….’출근하는 차 속에서 나 혼자 중얼거리고 있다. 승용차가 있지만 회사업무용 그레이스 3밴 차로 출근한다. 3밴은 디젤을 사용하는 차량이라 평소에도 많이 시끄럽지만 오늘따라 엔진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며칠 전 히터를 켜니 찬바람이 났다.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아 그냥 히터를 끄고 다녔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히터에서 찬바람이 나면 라디에이터의 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충 넘겨버린 것이 문제가 되었다. 월요일 출근길에 갑자기 온도 메다가 자꾸만 올라가더니 서신 동쯤 가다가 오버히트 할까봐 결국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택시로 회사까지 가서 물을 한 통 실어다 보충을 한 뒤에 겨우 차를 움직일 수 있었다. 라디에이터에 붙어있는 호스가 터져 물이 전부 새어 버렸기 때문이다. 호수를 갈고 나니 언제 그랬느냐 싶게 잘 달렸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직원을 통해서 엔진 소리가 큰 이유를 점검해 보라고 하였다. 명실 공히 전북에서는 제일 크고 오래된 1급 종합정비공장이 우리 회사다. 차량에 대하여는 못 고치는 것이 없어 간단하게 수리되리라 여겼다. 여러 정비사들이 엔진을 점검하고, 소음기도 새것으로 갈아보았으나 결국 원인을 찾지 못하고 한쪽에 주차해놓았다. 오후에 은행을 가려고 3밴 문을 열다가 우연히 의자 밑에 끼워진 안전벨트 고리를 보게 되었다. ‘아차! 이것이 원인이었구나.’물이 새어 호스를 간 뒤 부주의로 안전벨트 고리가 의자 밑 엔진카바 사이에 끼어서 조금 열린 창문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오듯 엔진소음이 들렸던 것이다. 벨트 고리를 빼고 나니 예전처럼 조용해졌다. 이렇게 쉬운 걸 가지고 괜히 헛수고를 하고 아까운 시간만 버렸다.
우리가 살다보면 항상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아주 간단한 문제도 있지만 며칠씩이나 고민해도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나도 회사일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혼자 풀 수 없는 일이면 여러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그래도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들은 몸에 난 상처를 그냥 두면 자연치유가 되듯 그냥 덮어두었다. 그러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도 신기하게 해결되곤 했다. 우리는 모든 일을 너무 어렵게만 해결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신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만큼만 고통을 준다고 한다. 커다란 철문도 조그만 열쇠하나로 열리듯 모든 일들은 아주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으나 우리들이 찾지 못할 뿐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왕관이 왜 순금으로 제작되었는지 고민했었다. 그러다 목욕 중 몸을 담그자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우연히 그 원리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부력'을 발견한 기쁨에 벌거벗은 채 욕탕에서 뛰쳐나와 "유레카(그리스어로 발견했다, 알았다는 뜻)"라고 외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아르키메데스의 위대한 발견도 결코 엄청난 실험과 연구결과가 아니라 아주 쉬운 곳에 있었다. 세상의 모든 진리란 단순하면서도 항상 우리들 가까이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도 사람들은 원숭이를 잘 잡기로 유명하다. 원숭이를 잡는데 사용하는 것은 총이나 활이 아니라 단단하게 만든 나무 상자다. 사람들은 원숭이 사냥을 가기에 앞서 나무로 튼튼한 상자를 만든다. 그리고는 그 상자에 구멍을 뚫는다. 그 구멍은 원숭이가 충분히 손을 넣다 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상자 안에 맛있는 호두를 넣어둔다. 사람들은 나무 상자를 들고 원숭이들이 모여 사는 숲으로 간다. 원숭이들이 즐겨 다니는 길에 나무 상자를 내려놓고 몸을 숨기고 있으면 원숭이 사냥준비는 모두 끝난다.
사람들이 나무 상자를 두고 가면 원숭이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모여든다. 나무 상자에 뚫린 구멍에 한 녀석이 손을 넣으면 붙잡힌 것과 마찬가지다. 원숭이는 구멍 안에 맛있는 호두가 있는 것을 알고서 힘껏 움켜쥔다. 그리고서는 어떻게든 그것을 꺼내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손을 넣을 때는 잘 들어가던 구멍이지만 호두를 움켜 쥔 손이 빠져 나오기는 아무래도 비좁기 마련이다. 호두를 포기하지 못한 손을 빼려고 노력하는 원숭이를 사람들은 힘들이지 않고 쉽게 잡아버린다. 원숭이에게는 작은 호두에 대한 욕심이 가장 큰 올무인 셈이다. 원숭이도 욕심을 놓지 못해 죽음을 맞는다.
언제인가 김수환 추기경이 승용차 뒤 유리창에‘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로소이다.’ 라는 문구를 써 붙이는 걸 보았다. 사람들은 대부분이 어떤 일이 생겼을 때는 그 해답을 밖에서 찾는다. 그러나 해결 방법 중 많은 것이 나에게 있다. 조금만 양보하고, 용서 해주며, 욕심을 줄이고, 베푸는 마음이 있으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원숭이가 호두를 쥔 손을 놓아야 했듯, 권력의 손을, 명예의 손을, 재물에 대한 손을 펴기만 하면 문제는 쉽게 풀릴게 아닌가. 세상 살기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마음만 비우면 너무나 쉬운 일인데, 나는 저 산 너머에서만 파랑새를 찾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2006. 4. 10.)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정현창
‘왜 이렇게 시끄럽지? 평소엔 이렇게까지 시끄럽지는 않는 것 같았는데…….’출근하는 차 속에서 나 혼자 중얼거리고 있다. 승용차가 있지만 회사업무용 그레이스 3밴 차로 출근한다. 3밴은 디젤을 사용하는 차량이라 평소에도 많이 시끄럽지만 오늘따라 엔진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며칠 전 히터를 켜니 찬바람이 났다.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아 그냥 히터를 끄고 다녔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히터에서 찬바람이 나면 라디에이터의 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충 넘겨버린 것이 문제가 되었다. 월요일 출근길에 갑자기 온도 메다가 자꾸만 올라가더니 서신 동쯤 가다가 오버히트 할까봐 결국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택시로 회사까지 가서 물을 한 통 실어다 보충을 한 뒤에 겨우 차를 움직일 수 있었다. 라디에이터에 붙어있는 호스가 터져 물이 전부 새어 버렸기 때문이다. 호수를 갈고 나니 언제 그랬느냐 싶게 잘 달렸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직원을 통해서 엔진 소리가 큰 이유를 점검해 보라고 하였다. 명실 공히 전북에서는 제일 크고 오래된 1급 종합정비공장이 우리 회사다. 차량에 대하여는 못 고치는 것이 없어 간단하게 수리되리라 여겼다. 여러 정비사들이 엔진을 점검하고, 소음기도 새것으로 갈아보았으나 결국 원인을 찾지 못하고 한쪽에 주차해놓았다. 오후에 은행을 가려고 3밴 문을 열다가 우연히 의자 밑에 끼워진 안전벨트 고리를 보게 되었다. ‘아차! 이것이 원인이었구나.’물이 새어 호스를 간 뒤 부주의로 안전벨트 고리가 의자 밑 엔진카바 사이에 끼어서 조금 열린 창문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오듯 엔진소음이 들렸던 것이다. 벨트 고리를 빼고 나니 예전처럼 조용해졌다. 이렇게 쉬운 걸 가지고 괜히 헛수고를 하고 아까운 시간만 버렸다.
우리가 살다보면 항상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아주 간단한 문제도 있지만 며칠씩이나 고민해도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나도 회사일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혼자 풀 수 없는 일이면 여러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그래도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들은 몸에 난 상처를 그냥 두면 자연치유가 되듯 그냥 덮어두었다. 그러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도 신기하게 해결되곤 했다. 우리는 모든 일을 너무 어렵게만 해결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신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만큼만 고통을 준다고 한다. 커다란 철문도 조그만 열쇠하나로 열리듯 모든 일들은 아주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으나 우리들이 찾지 못할 뿐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왕관이 왜 순금으로 제작되었는지 고민했었다. 그러다 목욕 중 몸을 담그자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우연히 그 원리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부력'을 발견한 기쁨에 벌거벗은 채 욕탕에서 뛰쳐나와 "유레카(그리스어로 발견했다, 알았다는 뜻)"라고 외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아르키메데스의 위대한 발견도 결코 엄청난 실험과 연구결과가 아니라 아주 쉬운 곳에 있었다. 세상의 모든 진리란 단순하면서도 항상 우리들 가까이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도 사람들은 원숭이를 잘 잡기로 유명하다. 원숭이를 잡는데 사용하는 것은 총이나 활이 아니라 단단하게 만든 나무 상자다. 사람들은 원숭이 사냥을 가기에 앞서 나무로 튼튼한 상자를 만든다. 그리고는 그 상자에 구멍을 뚫는다. 그 구멍은 원숭이가 충분히 손을 넣다 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상자 안에 맛있는 호두를 넣어둔다. 사람들은 나무 상자를 들고 원숭이들이 모여 사는 숲으로 간다. 원숭이들이 즐겨 다니는 길에 나무 상자를 내려놓고 몸을 숨기고 있으면 원숭이 사냥준비는 모두 끝난다.
사람들이 나무 상자를 두고 가면 원숭이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모여든다. 나무 상자에 뚫린 구멍에 한 녀석이 손을 넣으면 붙잡힌 것과 마찬가지다. 원숭이는 구멍 안에 맛있는 호두가 있는 것을 알고서 힘껏 움켜쥔다. 그리고서는 어떻게든 그것을 꺼내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손을 넣을 때는 잘 들어가던 구멍이지만 호두를 움켜 쥔 손이 빠져 나오기는 아무래도 비좁기 마련이다. 호두를 포기하지 못한 손을 빼려고 노력하는 원숭이를 사람들은 힘들이지 않고 쉽게 잡아버린다. 원숭이에게는 작은 호두에 대한 욕심이 가장 큰 올무인 셈이다. 원숭이도 욕심을 놓지 못해 죽음을 맞는다.
언제인가 김수환 추기경이 승용차 뒤 유리창에‘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로소이다.’ 라는 문구를 써 붙이는 걸 보았다. 사람들은 대부분이 어떤 일이 생겼을 때는 그 해답을 밖에서 찾는다. 그러나 해결 방법 중 많은 것이 나에게 있다. 조금만 양보하고, 용서 해주며, 욕심을 줄이고, 베푸는 마음이 있으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원숭이가 호두를 쥔 손을 놓아야 했듯, 권력의 손을, 명예의 손을, 재물에 대한 손을 펴기만 하면 문제는 쉽게 풀릴게 아닌가. 세상 살기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마음만 비우면 너무나 쉬운 일인데, 나는 저 산 너머에서만 파랑새를 찾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2006.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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