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날은 노는 날
2006.04.11 01:15
빨간 날은 노는 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야)조 종 영
사람들은 달력에 빨간색 숫자가 많은 달을 좋아한다. 그것은 숫자가 빨간색인 날은 곧 노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운 좋게 빨간 숫자가 며칠 겹치게 되면 황금연휴가 되어 신이 난 사람들은 소문난 관광지나 자연을 찾아 떠난다. 그런데 달력에 노는 날은 왜 꼭 빨간색으로 표시하는지, 나는 궁금한 생각이 든다.
인류가 한 주를 7일로 사용하게 된 것은 성서(聖書)의 기록에서 연유되었단다. 그리고 달력에 일주일 제도를 도입하고, 요일 이름이 붙여진 것은 로마의 콘슨탄티누스 대제 시대부터 라 한다.
우리나라의 1년 중 법정공휴일은 토·일요일과 국경일, 기념일, 명절과 성탄일 등이다. 이러한 공휴일은 날짜가 서로 겹치지 않으면 총 122일이 된다. 이것은 1년의 3분의 1로, 3일 중에 하루는 쉬는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쉬는 날들은 달력에 모두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래서 그 빨간색을 쓰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료를 찾아 봤으나 명확히 알 수가 없었다.
휴일이란 모두가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요즈음은 토요일 휴무제가 되었으니 한 주에 휴일이 이틀인 셈이다. 그리고 한 주일의 진행순서로 따진다면 주말인 토요일과, 주초인 일요일이 휴일이다. 그래서 그것은 닷새 일한 뒤의 안식과,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할 준비시간일 것이다.
국경일과 기념일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공휴일이다. 이날은 나라에 경사스럽고 뜻 깊은 날이다. 이런 날을 휴일로 정한 것은 그 날의 숭고한 정신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오래도록 기리자는 의미일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이런 날이 돌아오면 학교에서 꼭 기념식을 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본래의 의미는 퇴색되고, 오직 휴일의 개념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래서인지 요즘 국경일과 기념일에도 국기를 게양하는 집은 가뭄에 콩 나듯 몇 집밖에 되지 않는다. 얼마 전에 국무총리가 3.1절 날 부산까지 가서 골프를 쳤다. 그 날이 곧 달력에 빨간색이 표시된 날이었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결국은 총리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이런 사실들은 곧 국경일과 기념일에 대한 우리나라 지도층과 국민의 의식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달력에 모두 빨간색으로 표시된 휴일의 색깔을 그 목적에 따라 구분하면 어떨까 싶다.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명절 등의 휴일은 내일을 위한 재충전의 즐거운 휴식시간이 틀림없다. 그러나 국경일과 기념일은 평범한 휴일은 아니다. 그래서 정부나 국민 모두가 그 날의 의의를 기리고 국민적 도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아마 그것이 그 날을 공휴일로 정한 목적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런 측면에서 달력에 휴일표시 색상의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다. 휴일을 설정한 의미에 따라 표시하는 색을 바꾸어 보는 것이다. 즉, 순수한 휴일과 국경일이나 기념일 등의 색깔을 각각 달리하자는 것이다. 혹자는 그 작은 색깔 하나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휴일의 색깔을 달리하면, 적어도 빨간 날은 다 똑같은 휴일이라는 착각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국경일이나 기념일이 평범한 휴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고위공직자가 빨간 날이라고 해서 골프장부터 달려가는 일은 없으려니 싶다.
우리 민족은 역사상 930여 차례나 외침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그러한 고난에도 우리가 이렇게 건재하여 번영을 이루고 사는 것이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선조의 국가와 민족을 위한 살신성인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요즘처럼 국가관 교육이 소홀해지고 개인주의가 만연돼 가는 현실에서, 과연 우리 사회의 애국심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하늘을 찌르는 무성한 거목도 작은 한 톨의 씨앗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애국심도 국경일이나 기념일을 새길 줄 아는 작은 정신부터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달력에 국경일 색깔표시를 달리하는 것이 아주 조그만 일이지만, 그러한 것들이 점점 커지며 거목 같은 큰 결실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06. 4. 4.)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야)조 종 영
사람들은 달력에 빨간색 숫자가 많은 달을 좋아한다. 그것은 숫자가 빨간색인 날은 곧 노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운 좋게 빨간 숫자가 며칠 겹치게 되면 황금연휴가 되어 신이 난 사람들은 소문난 관광지나 자연을 찾아 떠난다. 그런데 달력에 노는 날은 왜 꼭 빨간색으로 표시하는지, 나는 궁금한 생각이 든다.
인류가 한 주를 7일로 사용하게 된 것은 성서(聖書)의 기록에서 연유되었단다. 그리고 달력에 일주일 제도를 도입하고, 요일 이름이 붙여진 것은 로마의 콘슨탄티누스 대제 시대부터 라 한다.
우리나라의 1년 중 법정공휴일은 토·일요일과 국경일, 기념일, 명절과 성탄일 등이다. 이러한 공휴일은 날짜가 서로 겹치지 않으면 총 122일이 된다. 이것은 1년의 3분의 1로, 3일 중에 하루는 쉬는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쉬는 날들은 달력에 모두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래서 그 빨간색을 쓰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료를 찾아 봤으나 명확히 알 수가 없었다.
휴일이란 모두가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요즈음은 토요일 휴무제가 되었으니 한 주에 휴일이 이틀인 셈이다. 그리고 한 주일의 진행순서로 따진다면 주말인 토요일과, 주초인 일요일이 휴일이다. 그래서 그것은 닷새 일한 뒤의 안식과,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할 준비시간일 것이다.
국경일과 기념일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공휴일이다. 이날은 나라에 경사스럽고 뜻 깊은 날이다. 이런 날을 휴일로 정한 것은 그 날의 숭고한 정신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오래도록 기리자는 의미일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이런 날이 돌아오면 학교에서 꼭 기념식을 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본래의 의미는 퇴색되고, 오직 휴일의 개념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래서인지 요즘 국경일과 기념일에도 국기를 게양하는 집은 가뭄에 콩 나듯 몇 집밖에 되지 않는다. 얼마 전에 국무총리가 3.1절 날 부산까지 가서 골프를 쳤다. 그 날이 곧 달력에 빨간색이 표시된 날이었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결국은 총리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이런 사실들은 곧 국경일과 기념일에 대한 우리나라 지도층과 국민의 의식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달력에 모두 빨간색으로 표시된 휴일의 색깔을 그 목적에 따라 구분하면 어떨까 싶다.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명절 등의 휴일은 내일을 위한 재충전의 즐거운 휴식시간이 틀림없다. 그러나 국경일과 기념일은 평범한 휴일은 아니다. 그래서 정부나 국민 모두가 그 날의 의의를 기리고 국민적 도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아마 그것이 그 날을 공휴일로 정한 목적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런 측면에서 달력에 휴일표시 색상의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다. 휴일을 설정한 의미에 따라 표시하는 색을 바꾸어 보는 것이다. 즉, 순수한 휴일과 국경일이나 기념일 등의 색깔을 각각 달리하자는 것이다. 혹자는 그 작은 색깔 하나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휴일의 색깔을 달리하면, 적어도 빨간 날은 다 똑같은 휴일이라는 착각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국경일이나 기념일이 평범한 휴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고위공직자가 빨간 날이라고 해서 골프장부터 달려가는 일은 없으려니 싶다.
우리 민족은 역사상 930여 차례나 외침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그러한 고난에도 우리가 이렇게 건재하여 번영을 이루고 사는 것이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선조의 국가와 민족을 위한 살신성인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요즘처럼 국가관 교육이 소홀해지고 개인주의가 만연돼 가는 현실에서, 과연 우리 사회의 애국심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하늘을 찌르는 무성한 거목도 작은 한 톨의 씨앗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애국심도 국경일이나 기념일을 새길 줄 아는 작은 정신부터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달력에 국경일 색깔표시를 달리하는 것이 아주 조그만 일이지만, 그러한 것들이 점점 커지며 거목 같은 큰 결실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06. 4. 4.)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234 | 칠순 어머니와 자전거 | 황점숙 | 2006.04.11 | 77 |
| 233 | 청소와 청소놀이 | 조내화 | 2006.04.11 | 77 |
| 232 | 꿈에 본 은발농원 | 김병규 | 2006.04.11 | 67 |
| 231 | 혼자 나선 봄 사냥 | 유영희 | 2006.04.11 | 60 |
| 230 | 바람불어 좋은날 | 양용모 | 2006.04.11 | 79 |
| » | 빨간 날은 노는 날 | 조종영 | 2006.04.11 | 63 |
| 228 | 이렇게 쉬운 걸 가지고 | 정현창 | 2006.04.09 | 77 |
| 227 | 날마다 연극하는 남자 | 박정순 | 2006.04.09 | 65 |
| 226 | 왕따 | 배윤숙 | 2006.04.09 | 60 |
| 225 | 작대기의 끗발 | 유영희 | 2006.04.09 | 68 |
| 224 | 아프려면 미리 내 허락을 받으세요 | 배윤숙 | 2006.04.06 | 69 |
| 223 | 마라톤냄새와 수필냄새 | 정현창 | 2006.04.06 | 74 |
| 222 | 그는 누구일까 | 유응교 | 2006.04.06 | 67 |
| 221 | 목련꽃 피는 계절이 오면 | 이은재 | 2006.04.05 | 99 |
| 220 | 남자의 위기 | 조종영 | 2006.04.03 | 99 |
| 219 | 군산 봄나들이 | 남순애 | 2006.04.01 | 113 |
| 218 | 복음의 황금어장 미얀마 | 조명택 | 2006.03.31 | 114 |
| 217 | 순정 씨의 순정 | 신영숙 | 2006.03.30 | 171 |
| 216 | 안녕히 가세요 | 박주호 | 2006.03.29 | 142 |
| 215 | 붉은 색 컴플렉스 | 양용모 | 2006.03.29 | 1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