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와 청소놀이
2006.04.11 21:20
청소와 청소놀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조 내 화
행사를 준비하려고 다목적 교실로 들어가려다 뜻밖의 장면을 보았다. 다목적실을 청소하고 있는데 기름걸레를 선생님은 앞에서 끌고 어린이들은 그 걸레 위에 매달려 가는 것이었다. 순간 그 광경을 본 나도, 놀이에 열중한 선생님도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교육과 작업을 항상 구분하는 입장이었다. 호미를 들고 같은 일을 할지라도 작업일 수도 있고, 교육일 수도 있다. 거기에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절차에 따라서 이루어지느냐를 가지고 이야기하곤 했다. 마찬가지로 청소도 작업이 아닌 교육적 행위의 하나로 생각하고 어린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하는 그런 행태로 내려왔다. 그런데 갑자기 청소가 청소놀이로 바뀌어버리니, 아하 그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이미 일부 학교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청소를 요구하지 않고,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청소활동을 반대하는 입장이 많다고 들었다. 우리 애는 청소하고 살지 않을 것이니 지금부터 청소는 할 필요가 없다는 그런 메시지인 것이다. 어쩌면 다음 세대에는 내 스스로 청소할 필요가 없는 그런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욱 청소라는 것은 쓸모 없는 교육행위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청소를 어린이들과 신나게, 즐겁게 하고 있으니 이 어린이들에게 청소도 지겹거나 쓸모 없는 행위가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된 것이다. 그 순간만은 어린이들의 얼굴에 행복이 흘렀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도구는 장난감이 되고, 요령에 따라 구석구석, 빈틈없이 이루어지는 청소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걸레를 들고 빠진 곳을 닦고 정리하면서 갑자기 교원평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교육은 만남에서 이루어지고, 교사의 순간적인 말 한 마디나 행위 하나로도 어린이에게는 큰 힘이 될 수도 있고,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이에는 교사와 어린이 그리고 학부모의 신뢰가 밑거름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교육의 언저리에는 어린이들의 욕구를 무조건 수용해주는 그런 면보다 오히려 갈고 닦아야하는 측면도 많이 존재한다. 즉 어린이들과 어울려 청소놀이를 하는 측면도 필요하지만 청소를 하는 이유를 알고, 용구 사용법을 알며, 청소를 절차에 따라 하게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어린이들은 자신과 같이 놀아주는 교사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가며 갈고 닦으려 하는 선생님은 구별하게 된다. 항상 자신의 곁에 있으며, 언제나 자신의 편인 그런 선생님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세상의 선생님이 모두 그런 존재가 되면 그 어린이에게 필요한 교육적 측면은 하나도 빠짐없이 챙겨지려나…….
갑자기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한창 재미있던 다목적실이 적막한 모습으로 변할 때 어린이들은 내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어린이들이 이제 교사를 평가하면 내년에 당장 내 모습은 어떻게 평가될까? 가장 인기 없는 선생님, 아니 가장 무능한 선생님으로 뽑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오늘부터 항상 어린이들과 놀아주고, 같이 행동하는 그런 선생님으로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무척 고민스럽다. 그리고 무척 교육이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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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조 내 화
행사를 준비하려고 다목적 교실로 들어가려다 뜻밖의 장면을 보았다. 다목적실을 청소하고 있는데 기름걸레를 선생님은 앞에서 끌고 어린이들은 그 걸레 위에 매달려 가는 것이었다. 순간 그 광경을 본 나도, 놀이에 열중한 선생님도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교육과 작업을 항상 구분하는 입장이었다. 호미를 들고 같은 일을 할지라도 작업일 수도 있고, 교육일 수도 있다. 거기에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절차에 따라서 이루어지느냐를 가지고 이야기하곤 했다. 마찬가지로 청소도 작업이 아닌 교육적 행위의 하나로 생각하고 어린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하는 그런 행태로 내려왔다. 그런데 갑자기 청소가 청소놀이로 바뀌어버리니, 아하 그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이미 일부 학교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청소를 요구하지 않고,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청소활동을 반대하는 입장이 많다고 들었다. 우리 애는 청소하고 살지 않을 것이니 지금부터 청소는 할 필요가 없다는 그런 메시지인 것이다. 어쩌면 다음 세대에는 내 스스로 청소할 필요가 없는 그런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욱 청소라는 것은 쓸모 없는 교육행위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청소를 어린이들과 신나게, 즐겁게 하고 있으니 이 어린이들에게 청소도 지겹거나 쓸모 없는 행위가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된 것이다. 그 순간만은 어린이들의 얼굴에 행복이 흘렀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도구는 장난감이 되고, 요령에 따라 구석구석, 빈틈없이 이루어지는 청소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걸레를 들고 빠진 곳을 닦고 정리하면서 갑자기 교원평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교육은 만남에서 이루어지고, 교사의 순간적인 말 한 마디나 행위 하나로도 어린이에게는 큰 힘이 될 수도 있고,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이에는 교사와 어린이 그리고 학부모의 신뢰가 밑거름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교육의 언저리에는 어린이들의 욕구를 무조건 수용해주는 그런 면보다 오히려 갈고 닦아야하는 측면도 많이 존재한다. 즉 어린이들과 어울려 청소놀이를 하는 측면도 필요하지만 청소를 하는 이유를 알고, 용구 사용법을 알며, 청소를 절차에 따라 하게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어린이들은 자신과 같이 놀아주는 교사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가며 갈고 닦으려 하는 선생님은 구별하게 된다. 항상 자신의 곁에 있으며, 언제나 자신의 편인 그런 선생님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세상의 선생님이 모두 그런 존재가 되면 그 어린이에게 필요한 교육적 측면은 하나도 빠짐없이 챙겨지려나…….
갑자기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한창 재미있던 다목적실이 적막한 모습으로 변할 때 어린이들은 내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어린이들이 이제 교사를 평가하면 내년에 당장 내 모습은 어떻게 평가될까? 가장 인기 없는 선생님, 아니 가장 무능한 선생님으로 뽑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오늘부터 항상 어린이들과 놀아주고, 같이 행동하는 그런 선생님으로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무척 고민스럽다. 그리고 무척 교육이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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