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 골프 ∙ 미얀마에 푹 빠진 수필가 조명택
-조명택 처녀수필집 <섬김의 향기> 출간에 부쳐-

                              김학(수필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 이사장)


                      Ⅰ. 수필가 조명택이 걸어온 길

전라남도 무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조명택은 예비역 소령으로서 군복을 벗을 때까지 조국의 간성으로서 일해 온 역전의 용사다. 그가 장교로 임관하면서 전북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춘향골 남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아내를 만나 결혼하였으며, 그 사이에 세 딸을 두었다. 또 그는 이제 어엿한 전북사람이기도 하다.
조명택은 스스로 열세 가지의 얼굴을 가졌다고 자신의 수필작품에서 고백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 숫자가 더 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군인 출신답게 도전의식이 강한 사나이다. 현역장교 시절이나 예비군 중대장 시절에도 부업에 눈을 돌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았다. 때로는 사업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또 때로는 실패도 하면서 다양한 인생경험을 쌓았던 것이다.
군인으로 출발하여 제대 후에는 여관 총지배인, 통닭집 사장, 양조장 경영, 레스토랑 사장, 스탠드바 사장, 노래방 사장, 당구장과 오락실 사장, 체인점 음식점 운영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가 되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그는 세상을 배우며 사업가로서의 능력과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런 조명택이 마침내 문인이 되었다. 드디어 문무를 겸전하게 된 셈이다.
조명택은 지금 세 가지에 푹 빠져있다. 기독교와 골프 그리고 미얀마가 그것이다. 처음에는 기독교와 골프 그리고 수필에 빠졌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때 미얀마에 몇 번 다녀오더니 그 미얀마가 수필을 앞질러 3번째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수필은 조명택 수필가의 4번째 사랑이 되고 말았다. 아쉬운 이이다.
  조명택은 교회에서 고작 집사에 불과하지만 다채로운 기독교 봉사단체의 대표를 맡아서 동분서주하기도 했었다. 붙임성이 좋고 마당발이기도 한 그는 갖가지 기독교단체 대표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뒤, 지금은 미얀마 선교사로 가기 위한 준비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조명택, 그는 지금 골프에도 푹 빠져있다. 국내 골프장만 찾는 게 아니라 동남아 등 해외 원정골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건강을 유지하며 도전정신을 버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그 바탕은 주로 골프로 다져진 체력이 크게 뒷받침된 것이려니 싶다.
그는 지난해부터던가 미얀마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미얀마로 가는 것이 자신의 운명처럼, 아니 제2의 인생을 미얀마에서 꽃피워보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로 여기는 듯하다. 조명택은 오늘도 ‘복음의 황금어장 미얀마’를 외치며 선교사로 나갈 준비에 여념이 없다.
조명택이 몇 년 전 새롭게 만난 것은 바로 수필이었다. 처음엔 스스로 매주 목요일 밤을 ‘수필 쓰는 날’로 설정하고 밤을 새워가며 1주일에 한 편씩 작품을 쓰곤 했었다. 그의 의식 속에 숨어있던 잠재능력을 뒤늦게 끄집어낸 것이다. 그런 노력의 결과 짧은 기간 안에 이렇게 계간 대한문학 2006년 봄호에서 <카풀의 추억>이란 작품으로 등단하여 수필가로 문단에 얼굴을 내밀었고, 마침내 처녀수필집 <섬김의 향기>를 상재할 수 있게까지 된 것이다.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조상들이 문집을 남겼듯 수필가 조명택도 드디어 그 반열에 오른 것이다.
체험의 문학인 수필은 그의 화려한 경력에 딱 맞는 장르임이 분명하다. 그가 수필을 선택한 것은 운명이려니 싶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축적한 갖가지 인생체험은 그에겐 무한의 자산이자 소재의 보고가 될 것이다. 그가 말한 열세 가지의 얼굴이 그에게 좋은 수필거리가 되리라 믿는다. 더구나 그가 미지의 땅 미얀마로 가서 선교활동을 펼치면서 겪게 될 온갖 애환이 앞으로 그에게 샘물 같은 글감을 무한정 제공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이제 신선한 수필소재로 어떻게 맛깔스런 수필을 빚어내게 될지 주목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온전히 그의 노력과 끈기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다.

Ⅱ. 조명택 수필 엿보기

이제부터라도 수필가 조명택은 더 수필에 미쳐야 한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정신으로 수필에 더 깊이 빠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낯설고 물설고 말마저 통하지 않을 미얀마에서 펼쳐나갈 선교활동에서 얻어질 다채로운 소재를 효과적으로 수용하여 수필문단에 작품을 선보이려면 완성도 높은 수필을 빚을 수 있는 실력을 쌓을 필요가 있겠기에 하는 이야기다.

직항로가 개설되지 않아 방콕을 경유하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나라 미얀마, 비자를 받아야 입국할 수 있고, 3개월에 한 번씩 출국하여 다시 상용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곳 미얀마, 말라리아의 위험이 많고, 아직도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아편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 미얀마, 1948년 1월 4일에 영국식민지에서 독립하였으나 아직도 군사정권이 지배하는 나라 미얀마, 인구 88%가 소승 불교도이며, 135개 종족이 242개 언어로 살아가고 있는 나라 미얀마, 농업이 58%이며 제조업과 공업은 17%인 나라 미얀마, 의료수준도 열악하여서 한국인들은 국내에서 무보험 수준의 진료비를 부담하여야 하는 나라 미얀마, 선교사 활동이 노출되면 경찰서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강제로 영구 출국시키는 나라인 미얀마이지만, 성령께서는 복음의 황금어장이라며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복음의 황금어장 미얀마> 결미

화자의 다부진 결의가 엿보이는 작품의 결미다. 과연 누가 이렇게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여건이 불편한 나라에 들어가 복음을 전하려 하겠는가. 군 출신답게 이런 의지와 용기가 있기에 선교사로 미얀마에 가기를 선택했고, 그러기에 그를 진정한 기독교인이라고 칭송할 수 있는 지도 모른다.
그는 꿈이 크다. 미얀마에 가서 교회와 학교, 기숙사를 세우고 장학금을 주는 등 할일이 너무 많다며 의욕이 한껏 부풀어 있다. 그와 관련된 많은 교회의 신도들이 물심양면의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며 미얀마 말을 배우면서 출국날짜만을 고대하고 있다. 그는 분명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리라 믿는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미얀마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크리스찬 조명택, 그가 빚은 수필에서는 기독교 냄새가 물씬물씬 난다. 그의 몸속에 성령이 가득 차 있기에 그러는지도 모른다. 화자는 세족식에서 선배의 섬김을 받고나서 그것을 화소로 하여 한 편의 수필을 빚었다. 그 선배 섬김이는, 등받이 의자에 앉아있는 화자 앞에 꿇어 앉아 기도를 올린 뒤 화자의 양말을 벗기고 발을 대야에 담그더니 발안마를 해준다. 그런 뒤 흰 양말을 신겨주는 것으로 세족식은 끝난다. 이 때 화자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봉사단체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섬기는 자가 되겠노라고 굳게 결심하였던 것을 잊고, 어느 순간 섬김을 받으려 하고 있었다. 오늘도 이사들을 섬기기 위하여 무엇을 헌신할까? 섬김으로, 솔선수범으로, 봉사에 임하자고 다짐하고 시작하였더라면 말의 실수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섬김을 받으려다 이사들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
                              <섬김의 향기> 중에서
  
    수필가 조명택은 어떤 소재든 한 편의 수필로 빚을 줄 안다. 창조적 상상력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여 멋진 한 편의 수필을 엮어낸다. 배추의 꿈이란 작품이 그렇다. 흔한 소재인 배추를 의인화하여 작품을 빚으니 색다른 맛이 난다.

버려질 배추더미를 바라보노라니 배추들의 절규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벗겨지고 찢겨져도 좋아요. 절여져도 좋고요. 독한 가스와 악취 나는 젓갈과 비벼져도 견딜 수 있어요. 칼이나 가위로 잘라도 좋으니 제발 저를 좀 가져가세요!”
                          <배추의 꿈> 중에서

금값이던 배추 값이 폭락하여 버려져 있는 것을 본 화자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배추의 절규를 재생해 낸 것이다. 얼마나 호소력이 있는 글인가? 배추 이야기로만 끝났다면 문학성이 없는 글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화자는 느닷없이 배추 이야기에서 이혼이야기로 방향을 튼다. 독자는 잠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짧은 결미에서 화자의 메시지를 깨닫게 되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절묘한 방향전환이다.

이혼하려는 가정에서 배추포기와 같이 자기 자신의 희생을 최대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내 주장은 내세우지 않도록 절여지며, 가족모두와 함께 비벼지고, 독선과 교만은 잘려지기를 바란다면, 이혼율은 줄어들고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배추의 꿈> 결미

  진돗개는 사냥감의 목덜미를 한 번 물면 결코 놓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수필가 조명택도 그런 진돗개 정신을 갖고 있다. 인기가수였던 윤항기 씨가 목사로 변신하여 신앙간증을 할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수필가 조명택은 ‘눈물’이란 제목의 근사한 수필 한 편을 건진다.

인생이란 울음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유아시절에는 소리 내어 울고, 사춘기에 접어들면 돌아서서 울며, 장년이 되면 마음으로 운다.
                <눈물> 중에서

윤항기 윤복희 남매가 천애고아로서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는 간증을 들으며 눈물을 흘린 화자는 자신이 진심으로 뉘우쳐 흘린 문물 이야기를 털어놓으려고 다양한 예화를 소개하여 독자의 관심을 끌도록 유도한다. 그런 뒤 큰딸의 수능시험 날, 그 날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골프를 치고 돌아온 뒤 그 날이 큰딸의 수능시험 치르는 날임을 뒤늦게 알고서는 자기 방에 들어가서 기도하며 뉘우침의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는 이야기다. 이쯤 되면 큰딸 역시 이 작품을 읽게 된다면 무심한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을까 싶다. 딸에게 띄우는 아버지의 고해성사라고나 할까.
조명택의 가족사랑은 알아줄만 하다. 연애 결혼한 아내에 대한 사랑은 물론이요, 세 딸에 대한 애정 역시 어느 아버지에 뒤지지 않는다. 늘 반성하는 자세로 사는 게 그의 삶이다. 신앙인이자 수필가로서 그의 인품이 얼마나 진솔한지 알만하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할 수 있을까? 말 몇 마디에 행복에 젖기도 하고 비수가 되어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가족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말들로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내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한 어떠한 말들도 사랑의 표현으로 들려올 것이며, 나 또한 사랑스런 말들로 상대에게 좀더 다가갈 수 있을 게 아닌가.
                        <잊혀지지 않는 말> 중에서

Ⅲ. 수필가 조명택이 나아갈 길

미얀마 선교사이자 수필가인 조명택은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그가 걸어온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그의 몸에도 나이테가 불어날 것이다. 조명택이 문학 장르 가운데서 수필을 택한 것은 아주 잘 선택한 일이라고 믿는다.
미얀마에서의 선교활동에서 얻은 소재를 형상화하여 완성도 높은 수필로 빚으면 독자의 사랑을 흠뻑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그 수필을 모아 수필집을 출간하면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꿈을 가져야 한다. 수필가로 등단했고 처녀수필집 <섬김의 향기>를 상재했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말고 미얀마생활을 제2의 수필집에 담아야겠다는 꿈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글은 심장에서 우러나오는 언어로 빚고, 체험에서 얻은 말로 다듬어야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법이다. 아무리 잘 만든 조화라 해도 살아있는 한 포기의 들꽃보다는 아름답지 않듯 잘 꾸며진 말보다는 심장에서 우러나온 말이어야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겨두기 바란다.
조명택 수필가의 처녀수필집 <섬김의 향기> 출간을 충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 문운이 더욱 빛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