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2006.05.16 07:53
리모델링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정 현 창
‘11년 동안 정 붙이고 살아온 이 아파트를 떠나게 되어 몹시 섭섭합니다. 만나면 헤어지는 게 인생사라곤 하지만 어쩐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호성동 LG동아아파트를 떠나며/김 학 )
난, 결혼 26년 동안 5번 이사를 했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그리 많지 않은 횟수지만 그때마다 겪은 육체적인 고통은 물론 심적인 고통도 적지 않았었다. 예전에는 신축해서 분양해주는 아파트나, 수명을 다해 재건축하는 아파트로만 이사 가는 줄 알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아파트 리모델링 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이란 건물을 완전히 부수고 다시 짓는 재건축과는 다르며, 건물의 구조 및 성능을 바꾸는 모든 일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는 것은 재건축 규제는 까다로워진 반면 리모델링 사업요건은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란다.
리모델링의 증축 범위가 30%로 확대됐고, 철골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공사비용이 재건축에 비해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지금 아파트에서 10년을 넘게 살고 있다. 그러나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대신 리모델링을 하려고 한다. 비용도 적게 들지만 아파트의 위치가 좋고 주위환경도 조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리모델링은 일률적으로 인테리어를 한 신축아파트보다는 내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요즘 많이 하는 화려한 서양식 인테리어보다는 한옥기분이 들게 그윽한 내부공사를 하고 싶다.
최근에는 마치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듯, 얼굴도 리모델링하는 것이 유행이다. 페이스 리모델링은 중년 여성들까지도 세련되고 생기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페이스 리모델링’이라는 단어는 성형수술의 한 방법이 아니라 얼굴을 여러 가지 성형기법(수술, 주사, 레이저 등)을 이용하여 전과 다르게 바꾸어 놓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다 믿을 수 있어도 여자의 얼굴은 믿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지 않았던가. 매일 같이 아름다움을 위해 눈썹과 귀걸이를 바꾸고, 얼굴색을 변화시키며 리모델링을 하는 여자는 아름답다. 아니 거울 앞에 앉아있는 모습은 성스럽기까지 하다.
50년보다 훨씬 더 많은 날들을 살아오면서 한 번도 돌아보지 못했던 나를 점검해본다. 평생 잘 관리했다고 자신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너무 변해버린 나의 실제 모습을 발견하고는 몹시 실망하고 말았다. 젊은 시절 칼날보다 날카롭던 나의 이성(理性)은 닳고 닳아서 한없이 무뎌져 버렸고, 백합처럼 깨끗하고 아름답던 감성(感性)마저도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버렸다. 매사(每事)를 적당히 처리하고, 구제할 수 없는 나태함이 습관으로 굳어져 버렸다, 미움과 불평이 나의 입을 점령 하였으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던 용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인생은 신축도, 재건축도 할 수 없지 않은가. 형편없이 망가진 내 삶도 아파트나 얼굴 같이 리모델링이라도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삼천천변 산책길을 뛰면서 하루같이 달라지는 둔치를 본다. 철쭉이 사라지고 하얀 클로버 꽃들이 폈나 했는데 한쪽에서는 또다시 노란 붓꽃들이 피고 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또한 여름과 가을이 바뀌듯 대자연도 끊임없이 리모델링을 계속하고 있지 않는가. 이처럼 만물이 좀더 새로워지려고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데 오직 나만이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다. 일일신신(日日新新)이라고 하지 않던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때라고 했듯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작은 습관 하나라도 리모델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좀더 새롭고 보람된 나의 남아있는 삶을 위하여…….
(2006. 5. 16.)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정 현 창
‘11년 동안 정 붙이고 살아온 이 아파트를 떠나게 되어 몹시 섭섭합니다. 만나면 헤어지는 게 인생사라곤 하지만 어쩐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호성동 LG동아아파트를 떠나며/김 학 )
난, 결혼 26년 동안 5번 이사를 했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그리 많지 않은 횟수지만 그때마다 겪은 육체적인 고통은 물론 심적인 고통도 적지 않았었다. 예전에는 신축해서 분양해주는 아파트나, 수명을 다해 재건축하는 아파트로만 이사 가는 줄 알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아파트 리모델링 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이란 건물을 완전히 부수고 다시 짓는 재건축과는 다르며, 건물의 구조 및 성능을 바꾸는 모든 일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는 것은 재건축 규제는 까다로워진 반면 리모델링 사업요건은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란다.
리모델링의 증축 범위가 30%로 확대됐고, 철골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공사비용이 재건축에 비해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지금 아파트에서 10년을 넘게 살고 있다. 그러나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대신 리모델링을 하려고 한다. 비용도 적게 들지만 아파트의 위치가 좋고 주위환경도 조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리모델링은 일률적으로 인테리어를 한 신축아파트보다는 내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요즘 많이 하는 화려한 서양식 인테리어보다는 한옥기분이 들게 그윽한 내부공사를 하고 싶다.
최근에는 마치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듯, 얼굴도 리모델링하는 것이 유행이다. 페이스 리모델링은 중년 여성들까지도 세련되고 생기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페이스 리모델링’이라는 단어는 성형수술의 한 방법이 아니라 얼굴을 여러 가지 성형기법(수술, 주사, 레이저 등)을 이용하여 전과 다르게 바꾸어 놓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다 믿을 수 있어도 여자의 얼굴은 믿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지 않았던가. 매일 같이 아름다움을 위해 눈썹과 귀걸이를 바꾸고, 얼굴색을 변화시키며 리모델링을 하는 여자는 아름답다. 아니 거울 앞에 앉아있는 모습은 성스럽기까지 하다.
50년보다 훨씬 더 많은 날들을 살아오면서 한 번도 돌아보지 못했던 나를 점검해본다. 평생 잘 관리했다고 자신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너무 변해버린 나의 실제 모습을 발견하고는 몹시 실망하고 말았다. 젊은 시절 칼날보다 날카롭던 나의 이성(理性)은 닳고 닳아서 한없이 무뎌져 버렸고, 백합처럼 깨끗하고 아름답던 감성(感性)마저도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버렸다. 매사(每事)를 적당히 처리하고, 구제할 수 없는 나태함이 습관으로 굳어져 버렸다, 미움과 불평이 나의 입을 점령 하였으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던 용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인생은 신축도, 재건축도 할 수 없지 않은가. 형편없이 망가진 내 삶도 아파트나 얼굴 같이 리모델링이라도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삼천천변 산책길을 뛰면서 하루같이 달라지는 둔치를 본다. 철쭉이 사라지고 하얀 클로버 꽃들이 폈나 했는데 한쪽에서는 또다시 노란 붓꽃들이 피고 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또한 여름과 가을이 바뀌듯 대자연도 끊임없이 리모델링을 계속하고 있지 않는가. 이처럼 만물이 좀더 새로워지려고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데 오직 나만이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다. 일일신신(日日新新)이라고 하지 않던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때라고 했듯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작은 습관 하나라도 리모델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좀더 새롭고 보람된 나의 남아있는 삶을 위하여…….
(2006.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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