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를 닮은 그녀
2006.06.05 07:31
해바라기를 닮은 그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기초반 염 미 경
친구를 통해 알게 된 그녀와 인연을 맺은 지 한 6년쯤 되었을까. 세례명이 '실비아'인 그녀의 마음 씀씀이를 보며 언니인 나는 두 살 아래인 그녀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큰 아들과 아직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을 키우며, 지금은 남편과 떨어져 지내고 있는 그녀가 결혼하고 아무 걱정 없이 지내던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은 갑자기 쓰러져 뇌수술을 받아야 했ek. 그녀의 지극한 간호와 간절한 바람을 저버린 채 남편은 수술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 같은 사고력을 갖게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혼하고 행복했던 시절에 남편이 그녀에게 쏟은 사랑은 지극했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기적의 끈을 붙들고 남편을 보살폈지만 이제는 드러내 놓고 말 못할 사정들이 얽혀 남편은 시누이 집에서 지내고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산다. 불편한 몸으로 1주일에 한 번씩 남편을 찾아가 어린자식을 돌보는 것처럼 목욕도 시켜주고 머리도 손수 깎아주며 손톱도 다듬어준다, 잃어버린 기억이 되살아난 듯 유달리 그녀를 반기며 좋아한다는 그녀의 남편. 그런 남편을 시누이 집에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죄인처럼 무겁기만 하단다.
결혼 후 4년 동안은 무척이나 행복했었는데 남편이 쓰러지자 어린 아이들을 친척집에 맡긴 채 1년여의 세월을 병실에 누워있는 남편 곁을 지키며 수없이 눈물로 기도를 했단다.
“언니, 아마도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있다면, 암담했던 현실과 미래가 보이지 않던 절망적인 그 시절이었어.”
예고 없이 찾아든 불행 앞에 꿈처럼 달콤했던 행복을 송두리 째 빼앗겨야만 했을 그녀,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미루어 짐작만으로도 그녀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무척 건강해 보이는 그녀는 가족력 때문인지 혈압과 신장도 좋지 않고 몸속에서 포도송이처럼 자라는 종양을 지니고 있는 탓에 지금은 남편도 보살피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병에는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약도 없으며 무리를 하면 안 되는 탓에 직업을 가지고 일할 수도 없다. 그녀의 몸속에서 점점 자라는 종양들은 이젠 통증과 함께 배를 불룩하게 만들었고, 그런 이유로 그녀는 대중목욕탕 가기를 몹시도 꺼린다.
하지만 아픈 몸으로 근심을 안고 사는 그녀의 삶과는 다르게 그녀의 얼굴에선 항상 해바라기 같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기댈 곳 없어 말 못하고 가슴에 쌓아 두는 일들이 많을 텐데도 항상 만날 때마다 활짝 웃는 실비아. 그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다.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밝게 살아가는 그녀가 괜스레 고맙기도 하다. 어떤 날은 웃고 있는 그녀에게서 전해지는 깊은 아픔이 나에게까지 전해져 슬퍼진다.
나는 유난히 눈물이 많지만 그녀 앞에서는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얼굴 가득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슬퍼보일 것만 같아 구름사이로 쨍하고 비추는 햇살을 보듯이 나도 따라 활짝 웃어 보인다. 늘상 해바라기처럼 잘 웃는 그녀지만 두 아이들을 생각하면 불쌍하기도 하고 걱정이라는 말을 가끔 한다.
“두 아들 녀석 어른 될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쓰러지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아빠도 저렇게 누워만 있고 아이들에겐 나 밖에 없잖아? 아직은 어려서 나에게 의지하는 게 많지만 이제 사춘기가 되면 사내아이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걱정이야. 아이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살아야할 텐데.” 그러고는 또 금세 웃으며,
“하지만 언니,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지?”
입으로는 근심을 털어놓으면서도 내 앞에서 그녀는 언제나 웃는다.
세상을 원망하며 탓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자신의 운명이라 받아들이며 현재의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고운 심성의 여인, 실비아.
“가진 것이 많아도 지나친 욕심을 부리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있다.”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도 내 머리속에는 해바라기를 닮은 실비아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어른거린다. 이제 실비아의 집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불행이 떠나고 행복이 활짝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2006년 봄날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기초반 염 미 경
친구를 통해 알게 된 그녀와 인연을 맺은 지 한 6년쯤 되었을까. 세례명이 '실비아'인 그녀의 마음 씀씀이를 보며 언니인 나는 두 살 아래인 그녀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큰 아들과 아직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을 키우며, 지금은 남편과 떨어져 지내고 있는 그녀가 결혼하고 아무 걱정 없이 지내던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은 갑자기 쓰러져 뇌수술을 받아야 했ek. 그녀의 지극한 간호와 간절한 바람을 저버린 채 남편은 수술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 같은 사고력을 갖게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혼하고 행복했던 시절에 남편이 그녀에게 쏟은 사랑은 지극했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기적의 끈을 붙들고 남편을 보살폈지만 이제는 드러내 놓고 말 못할 사정들이 얽혀 남편은 시누이 집에서 지내고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산다. 불편한 몸으로 1주일에 한 번씩 남편을 찾아가 어린자식을 돌보는 것처럼 목욕도 시켜주고 머리도 손수 깎아주며 손톱도 다듬어준다, 잃어버린 기억이 되살아난 듯 유달리 그녀를 반기며 좋아한다는 그녀의 남편. 그런 남편을 시누이 집에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죄인처럼 무겁기만 하단다.
결혼 후 4년 동안은 무척이나 행복했었는데 남편이 쓰러지자 어린 아이들을 친척집에 맡긴 채 1년여의 세월을 병실에 누워있는 남편 곁을 지키며 수없이 눈물로 기도를 했단다.
“언니, 아마도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있다면, 암담했던 현실과 미래가 보이지 않던 절망적인 그 시절이었어.”
예고 없이 찾아든 불행 앞에 꿈처럼 달콤했던 행복을 송두리 째 빼앗겨야만 했을 그녀,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미루어 짐작만으로도 그녀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무척 건강해 보이는 그녀는 가족력 때문인지 혈압과 신장도 좋지 않고 몸속에서 포도송이처럼 자라는 종양을 지니고 있는 탓에 지금은 남편도 보살피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병에는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약도 없으며 무리를 하면 안 되는 탓에 직업을 가지고 일할 수도 없다. 그녀의 몸속에서 점점 자라는 종양들은 이젠 통증과 함께 배를 불룩하게 만들었고, 그런 이유로 그녀는 대중목욕탕 가기를 몹시도 꺼린다.
하지만 아픈 몸으로 근심을 안고 사는 그녀의 삶과는 다르게 그녀의 얼굴에선 항상 해바라기 같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기댈 곳 없어 말 못하고 가슴에 쌓아 두는 일들이 많을 텐데도 항상 만날 때마다 활짝 웃는 실비아. 그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다.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밝게 살아가는 그녀가 괜스레 고맙기도 하다. 어떤 날은 웃고 있는 그녀에게서 전해지는 깊은 아픔이 나에게까지 전해져 슬퍼진다.
나는 유난히 눈물이 많지만 그녀 앞에서는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얼굴 가득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슬퍼보일 것만 같아 구름사이로 쨍하고 비추는 햇살을 보듯이 나도 따라 활짝 웃어 보인다. 늘상 해바라기처럼 잘 웃는 그녀지만 두 아이들을 생각하면 불쌍하기도 하고 걱정이라는 말을 가끔 한다.
“두 아들 녀석 어른 될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쓰러지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아빠도 저렇게 누워만 있고 아이들에겐 나 밖에 없잖아? 아직은 어려서 나에게 의지하는 게 많지만 이제 사춘기가 되면 사내아이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걱정이야. 아이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살아야할 텐데.” 그러고는 또 금세 웃으며,
“하지만 언니,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지?”
입으로는 근심을 털어놓으면서도 내 앞에서 그녀는 언제나 웃는다.
세상을 원망하며 탓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자신의 운명이라 받아들이며 현재의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고운 심성의 여인, 실비아.
“가진 것이 많아도 지나친 욕심을 부리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있다.”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도 내 머리속에는 해바라기를 닮은 실비아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어른거린다. 이제 실비아의 집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불행이 떠나고 행복이 활짝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2006년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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