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의 마디처럼

2006.06.28 08:48

정현창 조회 수:80 추천:25

대나무의 마디처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정 현 창





  6월 6일 6시, 그 악몽 같은 인라인스케이트 사고가 난지도 20일이 지났건만 지금도 어깨가 쑥쑥 쑤신다. 손과 발에 생겼던 찰과상만 겨우 딱지가 떨어졌을 뿐이다.  B정형외과도 가보고, C한의원도 가보았지만 원래 어깨인대가 늘어난 부상은 오래 간다고 한다. 또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은 나이도 한몫 했으리라.

사고가 나자 부상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생활리듬이 깨져 버렸다. 매일 하던 수영과 달리기를 못하게 되었다. 수영은 물속에서 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찰과상에도 염증이 생겨 고생을 많이 한다. 내 몸에 난 흉터들도 작은 상처를 무시한 채 계속 수영을 하다가 생긴 것들이다. 달리기를 하려해도 달리려면 계속 손을 흔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깨인대를 자극시켜 할 수 없었다.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소화가 되지 않은 듯 배가 거북하고 온몸에 살이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것 같아 매사가 짜증스러웠다.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육체적인 고통이 극에 도달 했을 때마다 정신적인 힘으로 극복하였으나 이번 에는 전혀 달랐다. 못 견딜 만큼의 통증은 없었으나 깨어진 생활리듬은 내 정신을 마구 흩트러뜨려 놓고 말았다. 운동을 못해 생긴 시간에 글이라도 한 편 쓰려했으나 단 한 줄도 쓰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지난 1년 동안 거의 2일마다 한 편 씩 무려 160편이나 써왔던 글인데 마음이 흔들리자 이렇게 단 한 줄도 쓰지 못하는 걸 보면 글이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쓴다는 말이 이해되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가자."란 말이 있다. 써지지 않는 글을 억지로 쓰려고 애면글면 할 게 아니라 마음의 호수가 다시 잔잔해질 때까지 그동안 읽지 못했던 수필들이나 실컷 읽으려한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라고 했지 않은가. 많이 쓰다가 쓰지 못하면 많이 읽으면 될 게 아닌가.
내일이면 꼭 1년 전 내가 처음 수필을 시작한 여름방학특강이 시작된다. 처음 수필을 만났던 그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 보련다. 대나무가 마디를 만들어가며 더욱 곧고 튼튼하게 자라고, 대자연도 사계(四季)같은 마디를 만들면서 더욱 새로워지듯이. 나도 지금이 수필에 대한 마디를 만들 시기라고 생각한다. 글 한 줄 못쓰고 헤매는 이 시간이 무작정 많이만 써온 습작들을 되돌아보며 더 좋은 수필을 쓰기 위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같은 귀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2006.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