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새벽 물안개
2018.10.31 00:57
새벽길 위로 물안개가 내려 앉는다.
새악시 버선발 걸음으로 조심스레 내려 앉는 물안개.
일체의 소리도, 무게도, 부피도 생략한 듯 고요롭다.
순한 소처럼 어둠이 마을로 찾아들면 하나하나 지워지던 풍경들.
끝내는 벽에 걸린 가족 사진마저 지워버리던 그 어둠처럼
물안개도 가만가만 풍경을 지운다.
젖은 물안개가 감싼 풍경은 온전히 한 폭의 수묵화가 된다.
일체의 색채를 거두어 가 버린 무채색 풍경 속에 그나마 빛나는 것은 가로등 뿐.
숨소리조차 내기 미안해 진다.
희미한 풍경 속에 선 가로등처럼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들.
얼마나 많은 기억들이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갔는가.
또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들이 뒷모습인 채 떠나 갔는가.
기억을 불러 돌려 세우고 싶은 그때 그 사람 그리고 그날의 아름다운 추억들.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머뭇대며 저만치 내려 앉는 새벽 물안개 속으로 내가 간다.
젖은 가슴 안고 젖은 물안개 품 속을 향해...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28 | 62. 63. 석 줄 단상 - 사랑의 결실 외 1 | 서경 | 2022.06.29 | 46 |
527 | 126. 127. 석 줄 단상-사막을 걸어 온 낙타처럼 외 1 | 서경 | 2022.09.26 | 46 |
526 | 136. 137. 석 줄 단상 - 장미 여섯 송이 외 1 | 서경 | 2022.10.08 | 46 |
525 | 아몬드꽃 피고 지고 [2] | 서경 | 2017.02.26 | 47 |
524 | 시조 - 겨울 바람 1 + 영역 | 서경 | 2018.07.06 | 47 |
523 | 16. 석 줄 단상 - 새 친구 | 서경 | 2022.05.09 | 47 |
522 | 17. 석 줄 단상 - 전도서 쓰는 꽃잎 | 서경 | 2022.05.09 | 47 |
521 | 27. 석 줄 단상 - 200자 원고지 | 서경 | 2022.05.23 | 47 |
520 | 50, 51.석 줄 단상 - 다시 불러 보는 이름 외 1 | 서경 | 2022.06.17 | 47 |
519 | 포토 시 - 고목이 된다는 건 | 서경 | 2022.05.13 | 47 |
518 | 124. 125 석 줄 단상 - 문학영화 콘서트 외 1 | 서경 | 2022.09.22 | 47 |
517 | 128. 129. 석 줄 단상 - 풍선초꽃 피다 외 1 | 서경 | 2022.09.26 | 47 |
516 | 132. 133 석 줄 단상 - 나무 그늘 외 1 | 서경 | 2022.10.08 | 47 |
515 | 포토 시 - 새 해 밥상 | 서경 | 2019.01.08 | 48 |
514 | 시가 있는 수필 - 보름달과 가로등 | 서경 | 2020.05.03 | 48 |
513 | 수필 - 첫 번 째 부르심 | 서경 | 2020.07.13 | 48 |
512 | 수필 - 소소한 이야기 | 서경 | 2021.12.30 | 48 |
511 | 포토 시 - 옹기종기 다육이 | 서경 | 2022.01.30 | 48 |
510 | 11. 석 줄 단상 - 비밀스런 밤 | 서경 | 2022.05.02 | 48 |
509 | 길목 우체통/시조 | 서경 | 2016.08.08 | 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