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만들기
2006.07.13 12:55
행복 만들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정 현 창
장맛비가 화가 났다. 방송국마다 겨우 중형태풍인 ‘에위니아’가 다가온다고 정규방송까지 중단하고 재난방송을 하고 있고, 온 나라가 태풍 맞을 준비로 들썩이고 있는 꼴이 너무 얄미웠다. 태풍이 지나가기를 벼르다가 보라는 듯 서울과 경기도 고양 시에 기록적인 장맛비를 쏟아 부었다. 전주에도 하루 낮과 밤을 꼬박내린 비는 기어이 삼천천의 징검다리들은 물론이고 모든 다리아랫길(언더패스도로)마저 꼴깍 삼켜버렸다.
새벽 5시30분, 끈질기게 쏟아지던 비가 그쳤다. 다행이 집중 호우성 비가 아니어서 회사는 무사하였다. 삼천둔치에는 그동안 태풍 때문에 운동을 못했던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나와서 걷고 있었다. 우림교를 지나서 도청 쪽으로 달리려 했으나 아직도 낮은 곳은 침수가 되어 할 수없이 뒤돌아 삼천교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자전거도로에는 물이 넘쳐서 군데군데 쓰레기들이 널려있었다. 태풍 속에서 달릴 때는 ‘쏴~’ 하고 소리를 지르며 온몸으로 응원해주던 갈대들은 넘치는 물에 휩쓸려 모두 엎어져 흐느끼고 있었다. 자전거 길가에서 화사하게 피어있던 기생초와 개망초들도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하루 내내 방송에서는 서울 경기지역의 기록적인 집중호우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소나기만 내려도 걱정이 되었고, 삼천천 목까지 차올라 으르렁 거리며 황톳빛으로 흘러가는 시냇물만 눈에 밟혔다. 하루 내내 모든 일이 꼬이고 짜증나는 하루였다. 퇴근 하고 다시 삼천 천으로 나갔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 아침에 운동할 때와는 전혀 딴 세상이었다. 삼천천은 평소처럼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고, 기생초와 개망초도 밝은 얼굴로 나를 맞아주었다. 삼천둔치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하였고 이제는 환경미화원이 청소할 일만 남아 있었다. 하루 내내 걱정하면서 짜증을 냈던 게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걱정을 안 하고 손발을 걷어붙이고 물을 퍼내지 않아도 이렇게 모든 일이 자연적으로 해결될 것을.
아더 팽크라는 영국의 실업가는 사업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항상 불안했다. 많은 염려 속에서 살던 그는
"염려에서 벗어나 살 수 있는 방법이 뭐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매주 수요일을 염려의 날로 정하고 걱정거리가 생길 때마다 걱정하다가 생긴 날짜와 내용들을 적어 상자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어느 수요일 날, 그는 상자 속의 메모지를 살펴보다가 문득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상자에 넣을 당시만 해도 큰 문젯거리였던 그것들이 훗날 다시 읽을 즈음에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이 상자를 계속 활용하면서 그가 깨닫게 된 것은, 사람이 살면서 크게 고민하며 염려할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침엔 수영을 하고 오후에 달리기를 하다가 요즘은 어깨부상 때문에 수영은 못하고 아침저녁으로 삼천 둔치를 달리고 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땐 몸도 풀리지 않아 힘이 들지만, 머리 속에 가득 찬 걱정거리 때문에 더욱 힘이 든다. 달리면서 버리고 또 버려도 줄줄이 사탕처럼 자꾸만 이어지는 고민거리는 끊임이 없다. 30분 정도 달리면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몸이 풀리면서 발이 가벼워진다. 그때쯤 되면 나도 모르게 머리 속에 가득했던 고민들도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나는 달리면 건강이 좋아지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달리지만, 또 다른 이유는 머릿속에 가득 찬 고민들이 흐르는 땀방울에 씻겨져 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완주하고 나서 마시는 한 잔의 시원한 맥주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행복 만들기다. (2006.7.13.)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정 현 창
장맛비가 화가 났다. 방송국마다 겨우 중형태풍인 ‘에위니아’가 다가온다고 정규방송까지 중단하고 재난방송을 하고 있고, 온 나라가 태풍 맞을 준비로 들썩이고 있는 꼴이 너무 얄미웠다. 태풍이 지나가기를 벼르다가 보라는 듯 서울과 경기도 고양 시에 기록적인 장맛비를 쏟아 부었다. 전주에도 하루 낮과 밤을 꼬박내린 비는 기어이 삼천천의 징검다리들은 물론이고 모든 다리아랫길(언더패스도로)마저 꼴깍 삼켜버렸다.
새벽 5시30분, 끈질기게 쏟아지던 비가 그쳤다. 다행이 집중 호우성 비가 아니어서 회사는 무사하였다. 삼천둔치에는 그동안 태풍 때문에 운동을 못했던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나와서 걷고 있었다. 우림교를 지나서 도청 쪽으로 달리려 했으나 아직도 낮은 곳은 침수가 되어 할 수없이 뒤돌아 삼천교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자전거도로에는 물이 넘쳐서 군데군데 쓰레기들이 널려있었다. 태풍 속에서 달릴 때는 ‘쏴~’ 하고 소리를 지르며 온몸으로 응원해주던 갈대들은 넘치는 물에 휩쓸려 모두 엎어져 흐느끼고 있었다. 자전거 길가에서 화사하게 피어있던 기생초와 개망초들도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하루 내내 방송에서는 서울 경기지역의 기록적인 집중호우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소나기만 내려도 걱정이 되었고, 삼천천 목까지 차올라 으르렁 거리며 황톳빛으로 흘러가는 시냇물만 눈에 밟혔다. 하루 내내 모든 일이 꼬이고 짜증나는 하루였다. 퇴근 하고 다시 삼천 천으로 나갔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 아침에 운동할 때와는 전혀 딴 세상이었다. 삼천천은 평소처럼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고, 기생초와 개망초도 밝은 얼굴로 나를 맞아주었다. 삼천둔치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하였고 이제는 환경미화원이 청소할 일만 남아 있었다. 하루 내내 걱정하면서 짜증을 냈던 게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걱정을 안 하고 손발을 걷어붙이고 물을 퍼내지 않아도 이렇게 모든 일이 자연적으로 해결될 것을.
아더 팽크라는 영국의 실업가는 사업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항상 불안했다. 많은 염려 속에서 살던 그는
"염려에서 벗어나 살 수 있는 방법이 뭐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매주 수요일을 염려의 날로 정하고 걱정거리가 생길 때마다 걱정하다가 생긴 날짜와 내용들을 적어 상자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어느 수요일 날, 그는 상자 속의 메모지를 살펴보다가 문득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상자에 넣을 당시만 해도 큰 문젯거리였던 그것들이 훗날 다시 읽을 즈음에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이 상자를 계속 활용하면서 그가 깨닫게 된 것은, 사람이 살면서 크게 고민하며 염려할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침엔 수영을 하고 오후에 달리기를 하다가 요즘은 어깨부상 때문에 수영은 못하고 아침저녁으로 삼천 둔치를 달리고 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땐 몸도 풀리지 않아 힘이 들지만, 머리 속에 가득 찬 걱정거리 때문에 더욱 힘이 든다. 달리면서 버리고 또 버려도 줄줄이 사탕처럼 자꾸만 이어지는 고민거리는 끊임이 없다. 30분 정도 달리면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몸이 풀리면서 발이 가벼워진다. 그때쯤 되면 나도 모르게 머리 속에 가득했던 고민들도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나는 달리면 건강이 좋아지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달리지만, 또 다른 이유는 머릿속에 가득 찬 고민들이 흐르는 땀방울에 씻겨져 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완주하고 나서 마시는 한 잔의 시원한 맥주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행복 만들기다. (2006.7.13.)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334 |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서 등단패를 받고 | 이민숙 | 2006.08.10 | 111 |
| 333 |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 태백에서 | 정현창 | 2006.08.06 | 118 |
| 332 | 배가 불러서 아름다운 여자 | 조종영 | 2006.07.25 | 233 |
| 331 | 내 자리를 찾습니다 | 조내화 | 2006.07.24 | 176 |
| 330 | 신문,그 화려한 변신 | 배윤숙 | 2006.07.24 | 216 |
| 329 | 나는 다시 정비공장에 간다 | 유영희 | 2006.07.22 | 130 |
| 328 | 간 없는 남자 | 유영희 | 2006.07.20 | 119 |
| 327 | 파란 비닐우산의 추억 | 황점숙 | 2006.07.20 | 169 |
| 326 | 쑥뜸 같은 친구 | 한애근 | 2006.07.17 | 99 |
| 325 | 정이 담긴 두 번째 숟가락 | 정현창 | 2006.07.16 | 88 |
| 324 | 겨레의 성산 백두산에 올라 | 이종택 | 2006.07.16 | 90 |
| 323 | 내가 겪은 6. 25(5) | 이기택 | 2006.07.15 | 96 |
| 322 | 꿈의 씨앗을 키우며 | 유영희 | 2006.07.13 | 108 |
| » | 행복 만들기 | 정현창 | 2006.07.13 | 89 |
| 320 | 신토불이 | 최정자 | 2006.07.11 | 135 |
| 319 | 돌아누운 어머니의 손톱 | 이은재 | 2006.07.11 | 118 |
| 318 | 화두 | 정현창 | 2006.07.08 | 94 |
| 317 | 또 다른 전쟁 | 박주호 | 2006.07.07 | 93 |
| 316 | 노트르담 성당 광장에서 외 1편 | 이은재 | 2006.07.03 | 197 |
| 315 | 뉴욕 리포트 1 | 장유진 | 2006.07.02 | 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