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4 16:55
설산의 전설 /전희진
퍼붓는 눈발처럼 길게 목을 늘어뜨리며
급행열차는 달리고 있다
비람비와 다울라를 지나 설국의 만년 속으로
미지의 대륙을 횡단하는,
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시간
흘러버린 호수의 밑바닥으로부터
긴 머리채를 끌어 올리며
걸어 나오는 여자의 몸이
물방울 하나 없이 매끄럽다
처녀의 성같은
깊고도 창백하게 흔들리는 수면 위로
오래전에 빠져죽은 시간의
시침 분침 초침의 팔들과 발들이 유빙처럼 떠다닌다
몸을 잃어버린 시간은
그날 이후로 자라지 않는다
산을 뒤덮은 두터운
구름층 사이로 빙원을 떠돌다 얼음에 갇혀버린
누군가를 부르는
한 사내의 음성이 들려온다
히말라야! 히말라야! 히말라야!
-미주문학,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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