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4 17:16
서머타임
전희진
시간을 한 시간 앞으로 당기다가
두 시간 앞으로 당기다가
백 년이나 앞당기다가
한 시간 두 시간 짧아진
나의 잠은
백년이나 짧아져서
꽃잎처럼 가벼워지고 얇아져서
사과나무 향기로 후루루, 오래된 잠들이 쏟아지는데
당신이 떠난 자리 그대로 흔들리는데
가벼워진 나의 잠이 당신을 백 년이나 지나칠까 봐
실수로 스치는 오늘 아침, 나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꽃술처럼 길게 늘어나는 지구의 이마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거기
당신은 사과처럼 붉게 익어가고
나의 잠은 백 년이 짧은 듯 그렇게 길어진다
-소외지, 2017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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