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을 위한 서시
2019.01.30 23:17
왼쪽을 위한 서시
오른쪽으로 누워 잠이 들어도 몸은 왼쪽으로 끌리나 보다
아침마다 시트가 왼쪽으로 쏠려 있다
누웠던 자리에선 밤새 바다를 건넜는지
주름 잡힌 사이마다 물결무늬 담겨 있다
몇 년을 한결같이
왼쪽으로만 들이미는 현상이 참 희한하여
그 형태 위에 그대로 몸을 뉘어본다
잠든 뒤에 무엇이 등을 밀어 이토록 한쪽만을 고집하게 하는 걸까
피곤한 날일수록 더 바짝 쏠려 있는 잠의 무늬들
잠버릇이라 하기엔 당겨진 힘이 너무 세다
왼쪽으로만 쏠리는 속성에 비밀이 있다면
아마 태평양을 이우는 텃밭 깊은 집 있기 때문일 게다
밤이면 한 가닥 암호처럼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바다냄새와
몸에 착착 감기는 어미 속살 같은 맨살냄새
다 철들어 떠나온 그곳에서
밤마다 무슨 기별을 가져오는 건지
매일 아침 움켜쥔 주름 탱탱하게 펼 때마다
끈적끈적한 물 냄새가 손끝으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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