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노는 새 1.jpg

혼자 노는 새 2.jpg

사랑이 떠난 자리
세월은 오고 가고 
 
하늘은 푸르러
구름 한 점 없는 날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하나
갸웃대는 새 한 마리 
 
머잖아 봄이 오면
사방팔방 열릴 꽃길 
 
왁자한 잎의 노래
푸르름 더하련만 
 
그때는 
어느 가지에 앉아
잃어버린 노랠 찾나 

 

<시작 메모>
이른 새벽, 둑방길을 따라 뛰다 혼자 노는 새 한 마리를 만났다. 길에 떨어진 빵을 열심히 쪼고 있는 중이었다. 녀석, 뛰어 오는 내 발자국 소리에 놀랐는지, 종종걸음으로 비켜 섰다. 그 모습이 하도 앙증스러워, 가던 길 멈추고 다음 동작을 지켜 보았다. 이 녀석, 내가 못미더웠는지 훌쩍 날아 높은 나뭇가지에 올라 앉았다. 저는 나를 내려다 보고 나는 저를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바라 보았다. 그 순간, 마음이 짠해 왔다.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혼자 노는 새가 마치 독거 노인이나 왕따 당하는 아이처럼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상상은 늘 가지를 치기 마련이다. 그러지 않아도 ‘아웃사이더’에게 남다른 애정과 연민을 느끼는 성정이라 더 애잔했다. 일제히 날아 올라 군무를 펼치는 새떼들을 보면 멋있거나 아름답다는 생각뿐, 그다지 내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진 않았다. 하지만, 높은 가지에 홀로 앉아 있는 새는 마음 속 잔영으로 남아 긴 여운을 주며 떠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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