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예술의 리좀적 특징
2019.03.03 21:18
유목론의 존재양상
정국희
유목론이란 전통 형이상학에 반대하는 차이생성론에 기반한 사유체계로서 잠재성의 장에서 개체들의 접속 운동에 의해 다양체를 생성해 가는 창조의 과정이다. 따라서 유목미학은 그 과정들을 분석해내고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이 목적이며 그 원리들을 바탕으로 장르를 초월한 ‘적용’과 ‘변용’의 과정으로 지평을 확산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러한 원리들을 분석하고 입증하므로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예술에 어떻게 적용했나를 밝혀내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유목론의 존재방식은 전혀 다른 세계가 접촉하여 새로운 다른 것으로 창조하는 것이다. 그 원리가 바로, 유목론의 존재원리인 리좀이다.
유목론의 원리를 두가지로 압축 설명하면 첫째, ‘존재양태인 잠재성’과 그리고 ‘존재원리인 리좀’이 있다, 첫째 잠재성의 특징은 존재의 근원과 파생을 가르지 않는다. 라이프니츠식으로 표현하면 잠재성은 존재의 접혀진 주름과 현실성은 펼쳐진 주름의 표면이라는 것이다. 리좀 원리를 ‘수목형 뿌리’와 ‘리좀형 뿌리’의 차이를 통해 알아본다면 결국 차이 생성을 기반한 생성존재론 원리와 같다.
리좀(Rhizome)이란 땅 밑 줄기, 또는 땅 속 줄기를 일컫는 말로서 들뢰즈/카타리의 『천의 고원』에서 ‘수목형’(樹木形: arborescence)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함께 등장한다. 첫째, 리좀의 원리란 잠재성에 있으며 모든 접속의 순간에 있다. 둘째 리좀에서의 접속 운동은 곧 생성운동이며 수목형처럼 중심뿌리가 있지 않고 각각의 줄기자체가 분기하여 스스로 뿌리역할을 하며 마치 감자처럼 개개의 줄기들이 횡적으로 직접 접속하는 열린 체계이다. 그러므로 리좀의 원리는 차이생성론의 원리이고 차이생성의 원리는 곧 리좀의 원리이다. 따라서 존재의 발생은 잠재성의 장에서 단절적이고 비유기적인 기계들의 접속을 통해 ‘배치’를 이루는 것이다. 그 과정의 작동원리는 <기계>--<접속>--<배치>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이 원리는 바로 존재의 생성 원리이기도 하다.
이처럼 실크로드에 모여든 사상과 문화는 다른 문화와 만나서 접속하는 양상에 따라 그 성질이 달라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낱낱의 기계(simple machine)와 접속하고 배치되는 작동원리에 의해서 평등한 사유체계를 형성한다고 하겠다. 즉, 중심뿌리가 없이 직접 분기한 개체들이 제각기 접속하여 그 성질이 달라지는 가변적 체계(다양체)를 말하는 것이다.
창조란 어느 먼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공허의 대지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것도 아니다. 바로 무수한 다양체들이 북적되는 잠재성의 장에서 접속을 통해 배치를 이루는 것이 곧 창조이다. 이를테면 기존에 있는 언어와 언어가 접속해서 새로운 사상을 수립하고, 기존에 있는 선과 선이 접속해서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목미학이란 세상의 모든 ‘접속’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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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단하시네요. 공부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