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사는 여자

2019.03.19 02:00

정국희 조회 수:78

기억을 사는 여자

 

 

 

 

연하디 연한 단배추가 눈에 띄면  몸이 저절로 끌려간다

연두색이 비리게 타전해 오기 때문이다

 

한때 한 사람을 위한 찬거리로 연둣빛을 샀을 뿐인데

아직도 몸속에 연한 비린내가 문신처럼 새겨 있나 보다

 

거부할 수 없는

완강한 끈질김

불온한 흉터처럼 자리 잡고 있다

난데없이 불쑥 침범하면

기억 한 봉지 덜렁 사서 들고 오는 

난폭한 이 진실

 

잠시 지나가는 내 인생에 발바닥 티눈처럼 붙어

연둣빛 식물만 봐도 어지럼이 도지는 이 울렁임은 무엇일까

 

저 잡것

그닥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입덧인 양 뜬금없이 들고 와선

곁눈질로 밀쳐 두었다가

누리끼리 변해가는 꼬락서니라니

 

다만 기억 한 단 사 왔을 뿐인데 광활한 그림자가 덤으로 따라와

차츰차츰 전잎으로 시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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