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사는 여자
2019.03.19 02:00
기억을 사는 여자
연하디 연한 단배추가 눈에 띄면 몸이 저절로 끌려간다
연두색이 비리게 타전해 오기 때문이다
한때 한 사람을 위한 찬거리로 연둣빛을 샀을 뿐인데
아직도 몸속에 연한 비린내가 문신처럼 새겨 있나 보다
거부할 수 없는
완강한 끈질김
불온한 흉터처럼 자리 잡고 있다
난데없이 불쑥 침범하면
기억 한 봉지 덜렁 사서 들고 오는
난폭한 이 진실
잠시 지나가는 내 인생에 발바닥 티눈처럼 붙어
연둣빛 식물만 봐도 어지럼이 도지는 이 울렁임은 무엇일까
저 잡것
그닥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입덧인 양 뜬금없이 들고 와선
곁눈질로 밀쳐 두었다가
누리끼리 변해가는 꼬락서니라니
다만 기억 한 단 사 왔을 뿐인데 광활한 그림자가 덤으로 따라와
차츰차츰 전잎으로 시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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