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 시 - 본향으로 + 시작메모
2019.03.25 23:54
낙엽이 어디로 가는지
또,나는 어디로 가는지
묻지 말자
우리 모두, 본향으로 가는 걸
<시작메모> 어디로 왔다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은 대중가요 한 소절처럼 되묻곤 한다. 그때마다 난 홀로 생각한다. 본향에서 왔다가 본향으로 간다고. 사람들은 또 말한다. 인생은 허무하다고. 난 머리를 갸웃댄다. ‘왜 허무하지? 열심히 살다가 부르실 때 본향으로 가면 되는데?’ 어찌보면, 바보스럽도록 단순하다. 남이 보면, 단순하다 못해 얄밉도록 건조한 답이다. 하지만, 난 스스로 생각한다. 죽은 듯 메마른 겨울가지도 봄을 ‘키우며’ 살고 있지 않느냐고. 지심으로부터 물을 빨아 올리는 겨울 나무 마른 가지. 나를 많이 닮아 있다. 사막을 가로 지르는 내 인생의 지심은 주님이시다. 그리고 난 그로부터 생명수를 공급 받는다. 때로는 그도 야박해 연잎에 구르는 빗방울 한 알만큼의 물만 줄 때도 있다. 은총의 가뭄이다. 하나, 그것조차도 목마른 내겐 혀끝 굴리며 음미하는 감로주다. 야단스런 신앙심이나 굳은 믿음을 보이지 않더라도 나는 이런 믿음 하나로 자족하며 산다. ‘믿는 이’들은 제 본향을 알기에 온 곳과 갈 곳을 묻지 않는다. 허무에 젖지도 않는다. 부활의 소망을 안고 살아가는 이는 ‘죽으면 다 끝이다’하는 사람보다는 복되다. 인생의 굵직굵직한 굴곡을 만날 때마다 이런 마음 하나로 살아왔다. 신앙은 힘이다. 낙엽이 가는 길에 나도 한 발 내딛으며 동행자로 나선다.
P. S : 우리 성가대 친구들이여여! 나 죽거든 ‘본향을 향하네’ 노래를 들려주오.유언삼아 부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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