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다니 마을 이야기

2006.05.30 03:02

미문이 조회 수:356



김광주[-g-alstjstkfkd-j-]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이름은 베다니 마을이다.
우리가 자주 모이는 조그만 집 앞에는 가상의 무화과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다락방 입구처럼 곧은 층계를 올라가면 그 곳에는 각종 병든 여인들이 모이곤 하는 작은 방이 있다.

머리카락이 길거나 짧거나, 얼굴이 주름살이 많거나 적거나 누구나 마음에는 몇 가지 병들을 가지고 있다.  자아상이 나빠서 계속적으로 남에게서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사람, 입맛이 없어 자꾸 여위는 사람, 남편이 성격이 거칠고 화를 잘 내서 마음 고통이 심한 사람, 세상에 태어나서 부드러운 말이라고는 한번도 못 들어봤기 때문에 큰 소리 질러야 겨우 깨달아지는 사람. 십대가 된 자녀가 부모 말에 순종치 않아 그 아이 생각만 하면 심장이 내려앉는 사람, 게다가 경제적인 문제까지 덮쳐 마켓에 가면 물건을 집었다 놓았다하며 과감하게 결정짓지 못해 소심증으로 시달리는 사람, 삼십 년 전에 남편이 딴 여자에게 잠시 갔다 온 적이 있는데 아직도 용서할 수 없는 그 때의 기억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 입덧이 너무 심해 꿈속에서 충무 김밥 먹느라고 일부러 잠을 늦게 깨는 사람. 살아오다 각종 고통의 방망이로 얻어맞은 멍든사람들이 함께 무릎 꿇고 앉아 있으면 하늘로부터 오는 위로의 강물이 가슴 적시는 그런 동네이기도 하다.

-베다니 마을 이야기 중에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4 김복숙 시집- 푸른 세상 키운다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11.09 365
243 권소희 소설집-하늘에 별을 묻다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10.23 1012
242 성민희 수필집-사람이 고향이다.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10.03 1469
241 이월란 시집-오래된 단서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9.19 405
240 석정희 시선집-아버지 집은 따뜻했네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9.06 147
239 채영선 수필집 '영혼의 닻'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8.25 261
238 강화식 시집-텔로미어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8.13 353
237 홍인숙 시집-행복한 울림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7.31 354
236 배정웅시집-국경 간이역에서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7.13 465
235 김영교시집-파르르 떠는 열매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6.28 693
234 손용상 장편소설-꿈꾸는 목련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6.08 553
233 연규호 소설산문집-꿈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5.19 868
232 강언덕 시집-빈 바다가 불타고 있다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5.01 406
231 김미희 시집-눈물을 수선하다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3.29 615
230 최문항 소설집-팔색조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2.29 1279
229 정종진 단편소설집-소자들의 병신춤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2.11 1058
228 장효정 시집 '나는 여기 화석으로 피어서'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1.11 9445
227 박영숙영 한영시집 '길 The Road'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2.29 2478
226 정해정 작가의 그림이 있는 에세이집 '향기 등대'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2.10 748
225 최미자 수필집-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1]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1.25 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