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만년의 걸음
2006.08.09 08:39
유봉희[-g-alstjstkfkd-j-]유봉희 시인의 두번째 시집 <몇 만년의 걸음>은 첫시집 <소금 화석>이 보여주던 초월적 세계의 분명한 형상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상력의 거푸집에서 새롭게 꺼내든 해맑은 절제와 맛있는 달관이라는 미학적 장치와 함께 시인의 이러한 발전적 변화가 현대 진행형의 상태임을 말해준다. 앞으로 시인이 시의 갱속에서 '무진무진' 캐어낼 시의 보석들을 기다리는 마음은 그래서 즐겁고 기쁘다. -윤정구시인의 에스프리 중에서- 몇 만년의 걸음/유봉희 저 산의 높이가 허공의 손짓만은 아니다 잉걸불로 솟던 한때 이제 오랜 멈춤인 저 높이가 어느 서늘한 열정의 발원지를 건드렸는지 눈발, 무진무진 쏟아진다 우리는 문득 별처럼 어둠 속에 멈추어서 손바닥에 눈을 받아본다 먼길 돌아온 숫눈의 반짝임을 지켜본다 이제 물방울로 떨어져 기나긴 회로를 다시 시작하겠지만 아무도 그 아득한 길을 말로 하지 않는다 발 아래 고즈넉이 앉아 있는 돌 둔덕에 구르는 뿌리 없는 나무통도 몇 만년의 걸음이라니 우리는 일초마다 눈을 깜박거리며 그 걸음에 발을 얹었다 눈은 나리고 또 나려 몇 만년의 걸음을 반짝이는 숨죽임으로 만들고 있다 "유봉희 문학서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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