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시 - 달팽이가 간다
2019.05.30 05:45
천천히 가자
천천히 가자
속으로 다짐한다
바르게 가자
바르게 가자
매 순간 주문 왼다
오늘도
십자가 추스리며
지고 가는
달
.
.
.
팽
.
.
.
이
.
.
.
• 시작 메모 : 달팽이도 이런 다짐을 하며 매일매일 살아 간다. 우리는 ‘느리게’ 가고 있는가? 우리는 ‘바르게’ 살고 있는가? 우리는 제 십자가를 ‘지고’ 살아 가는가? 스스로 자문해 본다. 혹, 청개구리처럼 반대로만 살고 있지나 않는지. ‘느리게’ 대신 ‘빠르게’, ‘바르게’ 대신, ‘삐뚤삐뚤하게’, 십자가를 ‘지고’ 대신 ‘팽개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달팽이 오체투지로 보여주는 교훈을 잠언서 넘기듯 이 밤에 읽고 있다. 달팽이 홀로 가듯이, 우리 저마다 홀로 왔다 홀로 가는 인생. 우리가 달팽이 보고 가엾다 여기듯, 주님께서도 우리를 가엾다 여길 터. 오늘도 주님은 수고하는 우리를 품어주려 두 팔 벌리고 기다리신다. 글로 쓴 복음서만 성경인가. 오늘밤은 오체투지로 버겁게 기어가는 달팽이 한 마리가 내 성경이다. 그에게 굵은 밑줄을 긋고 싶다.
(사진 : 제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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