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2004.08.02 23:22

문인귀 조회 수:945 추천:7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

<이 시는>
미당 서정주(1915-2000)의 명작 '국화 옆에서'이다. 하나의 생명체의 탄생과 성장은 혼자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천둥과 먹구름과 소쩍새와 모든 자연을 포함한 전 우주적인 요소와 더불어 인간의 젊음과 방황과 고뇌와(젊음의 뒤안길) 심지어는 국화 옆에 서있는 화자(話者)까지도(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다) 포함시킨 통합된 절대적인 관련성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있는 시이다. 올 가을에는 이런 의미를 염두에 두며 <국화 옆에서>를 한 번씩 낭송해보는 것이 어떨까.
수년 전 선생님의 건강을 염려하는 나에게 "내 어머니는 90에 가셨으니 나는 100세 까지는 살 것쟤?"라 하시더니 그 수(壽)를 채우지 못하고 가신지 벌써 3년이 되어간다.

서정주
전북 고창에서 태어남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당선
시집 <화사집><귀촉도><동천>등 다수
한국문인협회이사장/동국대학교 교수역임
대한민국예술원상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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