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숙 시인의 '자카란다'
2004.08.02 23:27
자카란다
장태숙
사순절 신부(神父)의 보라색 제의(祭衣)
세상의 죄 가지가지마다 사르며
멍든 아스팔트에 속죄의 입술 부비는
대신 짊어진 인간의 허물
고해성사로 벗어 던지는 날은
눈부신 초록으로 일렁일 그날
<이 시는>
1년 내내 약속이나 한 듯 서로 번갈아 가며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대는 이곳 남가주, 특히 6월은 보라색 꽃이 만발한 거목 자카란다로 장관(壯觀)을 이룬다.
이 보라색 꽃들은 나무 잎이 트기도 전에 가지들이 휘청거리도록 만발했다가 월말쯤에 가지들을 떠나 아스팔트에 내리기 시작한다. 그제서 야 이 나무는 파릇파릇한 초록 잎들을 틔우며 신록의 계절에 어울리는 새 살림을 시작한다.
장태숙시인은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인간의 허물과 속죄, 고해성사를 통해 대신 그들의 짐을 짊어지는 자비의 한 모습을 이 자카란다에서 찾은 것이다.
속죄의 입술을 부비지 않고는 눈부신 초록으로 일렁이는 새날을 맞이할 수 없으리라.
장태숙
전북 정읍태생
문학공간에 수필로, 창조문학에 시로 등단
시집: '내 영혼 머무는 곳에'와 '그곳에 내가 걸려있다'
제6회 창조문학가상 수상
미주한국문인협회 사무국장
캘리포니아 라 크래센타 거주
2003-12-24 02:51:05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3 | 내 인생의 승차권 | 김병규 | 2005.01.26 | 1224 |
72 | 이지엽 「그 작고 낮은 세상 - 가벼워짐에 대하여·7 」 | 김동찬 | 2005.03.08 | 1399 |
71 | 부활절 시감상 / 이윤홍 시 '발보다 더 낮게 엎드려' | 문인귀 | 2005.03.25 | 1592 |
70 | 주 근 깨 - 김효자 | 미문이 | 2005.04.11 | 1469 |
69 | 인사동 유감 / 임영준 | 뉴요커 | 2005.05.25 | 1423 |
68 | 진정한 사랑은 온몸을 투신하는 것이다. | 이승하 | 2005.07.10 | 1586 |
67 | 미국 크리스천의 두 얼굴 | 장동만 | 2006.04.29 | 1284 |
66 | 노블리스 오블리제 / 임영준 | 이안나 | 2006.09.03 | 1114 |
65 | 임화의 '자고새면' | 최인웅 | 2006.11.25 | 1013 |
64 |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이어 / 임영준 | 이안나 | 2006.12.22 | 985 |
63 | 새해, 두루 행복하시길 / 임영준 | 이안나 | 2006.12.31 | 956 |
62 | 각시붓꽃- 리디아 | 김영수 | 2007.02.24 | 1118 |
61 | 최 영숙의 단편 ' 고해 ' | 이 상옥 | 2007.05.03 | 1520 |
60 | 꽃의 말 / 곽상희 | 안경라 | 2007.09.08 | 810 |
59 | 정일근의 [노래-경주남산] | 임혜신 | 2008.01.12 | 748 |
58 | 황동규의 [풍장(風葬) 1] | 임혜신 | 2008.01.12 | 909 |
57 | 하얀 튜울립을 꿈꾸는 병사 | 임혜신 | 2008.01.13 | 750 |
56 | 눈물은 성수입니다 / 지희선 | 김영수 | 2008.08.04 | 733 |
55 | 새ㅡ / 김동찬 | 김영수 | 2008.08.05 | 742 |
54 | 내 뼈 속에는 악기가 / 조옥동 | 김영수 | 2008.08.06 | 7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