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진 '해'
2004.08.02 23:29
박두진 '해'
*** 1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 (1916 - 1998) 「해」부분
조지훈, 박목월과 함께 자연을 노래했던 청록파 시인답게 그는 떠오르는 해를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밝은 희망을 노래했다.
해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쓰여진 이 시 속에 들어있는 '어둠'은 암울했던 일제의 탄압이나 해방후의 혼란한 상황이라는 걸 쉽게 추측해볼 수 있다. 어둠을 살라 먹고 고운 얼굴의 해가 솟아오르라고 시인은 반복해서 노래한다. 흥겨운 사설이나 타령의 한 자락처럼 그 반복은 흥을 돋운다. 그 흥에 겨워 해는 떠오를 것이다.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로 이 시는 끝을 맺는다.
고운 해가 떠서 자연과 사람이 한자리에 앉아 평화롭고 기쁨이 넘치는 날을 누리게 되기를 바랬던 시인의 꿈은 과연 이루어졌을까.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보면 아직도 이 시는 우리의 염원을 담은 주문이자 기도가 될만하다.
해야 솟아라.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2004-01-05 23: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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