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창」
2004.08.20 02:19
창을 사랑하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아 좋다.
창을 잃으면
창공으로 나아가는 해협을 잃고,
명랑은 우리게
오늘의 뉴우스다.
창을 닦는 시간은
또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시간
별들은 12월의 머나먼 타국이라고---.
창을 맑고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게 뜨는 버릇을 기르고,
맑은 눈은 우리들
내일을 기다리는
빛나는 마음이게---.
김현승 (1913 - 1975)「창」전문
김현승 시인은 기독교적 주지주의 시인이라고 불려진다. 「가을의 기도」나「눈물」 과 같이 기도문의 형식으로 된 시들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그의 대부분의 시들이 담고있는 밝고 미래지향적인 느낌 때문이리라.
'부처'나 '자비'같은 단어가 한 마디 없어도 불심이 느껴지는 많은 선시에서처럼 위 시는 '주님'이나 '기도'와 같은 말을 쓰지 않았지만 돈독한 기독교적 신앙심을 행간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좋은 시인이란 해를 사랑한다는 눈부신 표현 대신에 창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 창을 열심히 닦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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