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시인의 '새떼'
2004.11.21 00:35
새떼
나희덕
철새들이 줄을 맞추어 날아가는 것
길을 잃지 않으려 해서가 아닙니다
이미 한몸이어서입니다
티끌 속에 섞여 한계절 펄럭이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어느새 어깨를 나란히 하여 걷고 있는
저 두 사람
그 말없음의 거리가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새떼가 날아간 하늘 끝
두 사람이 지나간 자리, 그 온기에 젖어
나는 두리번거리다 돌아갑니다
몸마다 새겨진 어떤 거리와 속도
새들은 지우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 혹시 길을 잃었다 해도
한 시절이 그들의 가슴 위로 날았다 해도
새들이 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을 본다. 특히 계절이 바뀔 때는 먼 곳으로부터 날아오는 새들은 더 많은 무리를 지어 날아오고 있지만 신기한 것은 그 많은 새들이 자기끼리 부딪히는 일이 없이 마치 한 마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자유자제로 오르내리며 날고 있는 것이다.
새들이 줄을 지어 나는 것은 혹시라도 길을 잃을까 봐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새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배워 알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흡수된 자신을 인정하며 살기 때문이다.
사람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혼자인 것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지만 이 두 사람, 혹은 이 두 부부가 향해 가는 목표가 같고 사는 일 또한 거기서 거기이니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산다면 바른 ‘너와 나의 관계’가 정립될 것이며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온기를 건네는 아름다운 삶이 될 것이다.
새들이 날면서 저들끼리 부딪혀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마침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우리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를 바라보는 가슴은 분명 따스함으로 가득 찰 것이니.
문인귀/시인
-일요신문 게재
나희덕
철새들이 줄을 맞추어 날아가는 것
길을 잃지 않으려 해서가 아닙니다
이미 한몸이어서입니다
티끌 속에 섞여 한계절 펄럭이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어느새 어깨를 나란히 하여 걷고 있는
저 두 사람
그 말없음의 거리가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새떼가 날아간 하늘 끝
두 사람이 지나간 자리, 그 온기에 젖어
나는 두리번거리다 돌아갑니다
몸마다 새겨진 어떤 거리와 속도
새들은 지우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 혹시 길을 잃었다 해도
한 시절이 그들의 가슴 위로 날았다 해도
새들이 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을 본다. 특히 계절이 바뀔 때는 먼 곳으로부터 날아오는 새들은 더 많은 무리를 지어 날아오고 있지만 신기한 것은 그 많은 새들이 자기끼리 부딪히는 일이 없이 마치 한 마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자유자제로 오르내리며 날고 있는 것이다.
새들이 줄을 지어 나는 것은 혹시라도 길을 잃을까 봐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새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배워 알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흡수된 자신을 인정하며 살기 때문이다.
사람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혼자인 것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지만 이 두 사람, 혹은 이 두 부부가 향해 가는 목표가 같고 사는 일 또한 거기서 거기이니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산다면 바른 ‘너와 나의 관계’가 정립될 것이며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온기를 건네는 아름다운 삶이 될 것이다.
새들이 날면서 저들끼리 부딪혀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마침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우리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를 바라보는 가슴은 분명 따스함으로 가득 찰 것이니.
문인귀/시인
-일요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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