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붓꽃- 리디아
2007.02.24 13:23
각시붓꽃
리디아
봄 하늘 불러내린
보라빛 가는 허리
고목나무 언저리에
살포시 고개숙인
새 각시
그 고운 가슴
한 손안에 쥐어라.
*공자가 아들인 백어(伯魚)에게 "시를 배우지 않으면 그 사람은 마치 담벽을 보고 마주 선 것과 같다"말했다 한다.참 놀라운 일이다.삼강오륜을 가르친 분이 새삼 詩情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고 하니 말이다.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공자의 시에 대한 정의다. 그는 시 삼백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사악함이 없다( 詩三百 一言蔽之 曰思無邪) 한다.이것은 공자가 엮은 시경 속 詩歌 300수를 말하는데 "...그 중에는 인류 문화사상 시가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주남과 소남의 시가들이 여러 편 있고, 그 시가들은 적나라한 성애열락(性愛悅樂)을 예찬하고 있다"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세계 4대 성인 중 한 분인 공자가 성애를 예찬한 시가가 여러편 있는 시경을 엮으면서 그것들을 사무사라 하였으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이쯤에서 우리는 공자 같은 분이 왜 시에게만은 이렇게 너그러웠을까를 생각해 봐야 하겠다. 적어도 性에 대한 언급은 시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인가.性을 노래하는 소임을 도덕군자에게 맡기지 않고 시인에게 맡겼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인의 <각시붓꽃>은 해설이 사족이 될 만큼 쉽게 읽힌다. 초장에서 "봄 하늘 불러내린/보라빛 가는 허리"는 성적으로 보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그런데 대상이 '봄하늘'이고 보면 性은 퍽 동양적이고 생명적이다.그것을 중장에서 "고목나무 언저리에/살포시 고개숙인" 한국적 고전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감싼다.그러면서 '고목나무'를 대비시켜 한층 생기롭다. 이런 다소곳한 여인이 종장에서 느닷없이 육감적이다.그런데 육감적이란 말이 왜 스스로 우스운가?
천진한 마음으로 노래하는 性은 천진스러울 수 밖에 없다.그래서 육감이란 말이 우스운 것이다.시의 性은 자연性과 다름아니다.그래, 詩情에 무슨 사악함이 있겠는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3 | 최 영숙의 단편 ' 고해 ' | 이 상옥 | 2007.05.03 | 1539 |
» | 각시붓꽃- 리디아 | 김영수 | 2007.02.24 | 1137 |
51 | 새해, 두루 행복하시길 / 임영준 | 이안나 | 2006.12.31 | 964 |
50 |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이어 / 임영준 | 이안나 | 2006.12.22 | 990 |
49 | 노블리스 오블리제 / 임영준 | 이안나 | 2006.09.03 | 1120 |
48 | 임화의 '자고새면' | 최인웅 | 2006.11.25 | 1035 |
47 |
미국 크리스천의 두 얼굴
![]() | 장동만 | 2006.04.29 | 1299 |
46 | 진정한 사랑은 온몸을 투신하는 것이다. | 이승하 | 2005.07.10 | 1593 |
45 | 인사동 유감 / 임영준 | 뉴요커 | 2005.05.25 | 1431 |
44 | 주 근 깨 - 김효자 | 미문이 | 2005.04.11 | 1478 |
43 | 부활절 시감상 / 이윤홍 시 '발보다 더 낮게 엎드려' | 문인귀 | 2005.03.25 | 1600 |
42 | 이지엽 「그 작고 낮은 세상 - 가벼워짐에 대하여·7 」 | 김동찬 | 2005.03.08 | 1409 |
41 | 내 인생의 승차권 | 김병규 | 2005.01.26 | 1232 |
40 | 김현승 시인의 '창' | 문인귀 | 2004.12.31 | 1393 |
39 | 김남조 시인의 '국기' | 문인귀 | 2004.12.31 | 1077 |
38 | 김춘수 시인의 꽃 | 문인귀 | 2004.12.31 | 3023 |
37 | 새날에는 다시 -자작 신년 시를 함께 나누고자 | 문인귀 | 2004.12.31 | 1116 |
36 | 임승천시인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 문인귀 | 2004.11.21 | 1150 |
35 | 임창현시인의 '물이 진하다' | 문인귀 | 2004.11.21 | 1301 |
34 | 나희덕시인의 '새떼' | 문인귀 | 2004.11.21 | 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