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애벌레 / 고현혜
2008.09.15 01:58
제게
두 마리
애벌레가 있습니다.
먹을 것을 물려주고
씻겨주고
닦아주고
재워주어야 하는 애벌레.
나의 두 애벌레는
하루종일
매달립니다.
엎어달라
안아달라
놀아달라
젖달라
빵달라
밥달라
언제크나
언제크나
나의 애벌레들
난
차려준 밥 먹기도
귀찮은 사람인데
나만 바라보고
손가락 빨고 있는
두 마리 애벌레 때문에
하루종일
부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크나
언제크나
나의 애벌레들
머리를 싸매고
나의 자유를 위해
애벌레들이 빨리 크기를 바라던
어느날
전 아주 아름다운 나비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 아! 언젠가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날아갈
나의 애벌레들
그땐
꼭 안아주고 싶어도
맛있는 것을 먹여주고 싶어도
빈 껍질만 남기고
날아간 뒤겠지요.
전 얼른
아직은 제 곁에서
꿈틀 꿈틀 거리고 있는 애벌레들을
안아주러 달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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