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몸짓 / 김호길
2009.08.03 08:18
시의 몸짓
김호길
물구나무 선 나무 사이로
새 한 마리 비껴난다
그 바람에 물무늬 일고
파란 하늘이 흔들린다
이것은 천지가 지은
작은 시의 몸짓
*정완영 선생님은 자유시에 있어서 '논(論)'이, 시조에 있어서는 '관(觀)'이라 하셨다. 이 말을 헤아려보기 위해 의논할 '論'으로 구성된 말을 몇 개 들어보자면 '논리', '논문', '논쟁' 등이 있다. 그리고 볼 '觀'으로 구성된 말을 보자면 '관망', '관상','관조' 등이 있다. 일견으로도 의논할 論에는 머리가 보이고 볼 觀에는 마음이 보인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만큼이나 먼 이 두 말을 알아듣기도 어렵지만 그 실물을 찾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
...그런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명품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친 내 눈이 딱할 뿐이다.
실물결조차 일지 않는 고요한 못물은 이미 못물이 아니다. 사물을 고요히 담고 있는 마음이다. 천지와 자아가 하나된 물아일체의 세계.
나무의 그림자가 비친 못물에 새가 날아봤자 그 역시 물그림자에 불과한데 "그 바람에 물무늬가 일고 파란 하늘이 흔들린다". 한다. 순간, 섬광처럼 낚아챈 천지간의 기미! 서양쪽 논리가 아무리 눈을 씻고 두리번거려봐도 잡을 수 없는 천지간의 기미를 동양적 직관으로 그는 낚아챈다. '이것은 천지가 지은 작은 시의 몸짓' 마침내 그의 無心이 사람의 언어를 넘어 천지의 언어에 닿았는가.(김영수)
김호길
물구나무 선 나무 사이로
새 한 마리 비껴난다
그 바람에 물무늬 일고
파란 하늘이 흔들린다
이것은 천지가 지은
작은 시의 몸짓
*정완영 선생님은 자유시에 있어서 '논(論)'이, 시조에 있어서는 '관(觀)'이라 하셨다. 이 말을 헤아려보기 위해 의논할 '論'으로 구성된 말을 몇 개 들어보자면 '논리', '논문', '논쟁' 등이 있다. 그리고 볼 '觀'으로 구성된 말을 보자면 '관망', '관상','관조' 등이 있다. 일견으로도 의논할 論에는 머리가 보이고 볼 觀에는 마음이 보인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만큼이나 먼 이 두 말을 알아듣기도 어렵지만 그 실물을 찾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
...그런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명품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친 내 눈이 딱할 뿐이다.
실물결조차 일지 않는 고요한 못물은 이미 못물이 아니다. 사물을 고요히 담고 있는 마음이다. 천지와 자아가 하나된 물아일체의 세계.
나무의 그림자가 비친 못물에 새가 날아봤자 그 역시 물그림자에 불과한데 "그 바람에 물무늬가 일고 파란 하늘이 흔들린다". 한다. 순간, 섬광처럼 낚아챈 천지간의 기미! 서양쪽 논리가 아무리 눈을 씻고 두리번거려봐도 잡을 수 없는 천지간의 기미를 동양적 직관으로 그는 낚아챈다. '이것은 천지가 지은 작은 시의 몸짓' 마침내 그의 無心이 사람의 언어를 넘어 천지의 언어에 닿았는가.(김영수)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3 | 강우식시인의 '노인일기2'--丈母喪 | 문인귀 | 2004.11.21 | 1359 |
32 | 유장균시인의 제2안경의 추억 | 문인귀 | 2004.10.26 | 1257 |
31 | 서정주시인의 '나그네의 꽃다발' | 문인귀 | 2004.10.22 | 1394 |
30 | 마종기 시인의 '우리나라의 등대' | 문인귀 | 2004.10.15 | 1500 |
29 | 고원 시인의 '지고 가지요' | 문인귀 | 2004.10.08 | 983 |
28 | 구상 시인의 '오늘' | 문인귀 | 2004.10.08 | 4177 |
27 | 김남조 시인의 '성서' | 문인귀 | 2004.10.08 | 1178 |
26 | 유안진 시인의 '멀리 있기' | 문인귀 | 2004.10.08 | 1089 |
25 | 김현승 「창」 | 솔로 | 2004.08.20 | 1563 |
24 | 박남수 「새」 | 솔로 | 2004.08.20 | 3052 |
23 | 화살나무-손택수 | 펌글 | 2004.08.11 | 1395 |
22 | 정현종-개들은 말한다 | 펌글 | 2004.08.06 | 1118 |
21 | 나비-김혜순 | 펌글 | 2004.08.03 | 1004 |
20 | 이은상「성불사의 밤」 | 솔로 | 2004.08.02 | 1425 |
19 | 이윤홍 시집 '살아 숨쉬는 기억' | 문인귀 | 2004.08.02 | 1042 |
18 | 김기림 시인의 '태양의 풍속' | 문인귀 | 2004.08.02 | 1673 |
17 | 곽재구 '사평역에서' | 솔로 | 2004.08.02 | 1212 |
16 | 송수권 '아내의 맨발' | 솔로 | 2004.08.02 | 1221 |
15 | 박두진 '해' | 솔로 | 2004.08.02 | 1438 |
14 | 장태숙 시인의 '자카란다' | 문인귀 | 2004.08.02 | 9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