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문학과창작작품상 수상작

2006.09.15 07:12

미문이 조회 수:1175 추천:43

존재론적인 질문과 연민 계간 『문학과창작』(발행인 박제천朴堤千)이 제정한 제4회 <문학과창작 작품상> 수상자로 고명수(高明秀) 시인을 결정하였다. 예심위원회가 2005년 여름부터 2006년 봄까지 각 문예지에 발표된 시와 발간된 시집 중에서 선정한 후보작을 대상으로 본심위원회에서 수상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등단한 지 10년 내외의 신진시인들이 대상이기에 안정된 작품구조와 역동적인 상着쩜?보여준 후보자들이 많았다. 예심위원회에서 고명수, 주경림, 이나명, 박남주, 황상순, 이상복, 김윤하, 이영식 시인을 추천했으며, 고명수 시인이 네번째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고명수 시인의 시세계는 넓고 깊고 다양한 특질을 갖고 있다. 고전주의자의 인문학적 통찰과 젊고 돌올한 상상력이 맞물려 최첨단 디지털 세상과 동양사상과의 조우를 꾀하기도 하고, 현실적으로는 물질주의를 비판하고 생태주의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일상의 삶 속에서 부딪치는 지식인의 고뇌와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소시민적 삶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심사위원회는 시인의 다양한 작품 중에서 수상작은 비교적 쉽게 읽히고, 현학적인 용사도 절제되어 있는 작품으로 범위를 좁혀서 「숨은 얼굴」 외 1편을 선정하였다. 시인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가벼운 질문들이, 덧없는 존재에 대한 시인의 연민을 심정적으로 증폭시키는 탁월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심사: 양채영·박제천·윤석산, 박승미, 송정란(글) 문학을 제대로 하면 살 길이 열린다 삶의 심연에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궁구하고 모색하며 신음하다가 이따금 발견과 찬탄의 노래를 부르는 자가 시인이라면, 저 또한 그 길을 가려고 애쓰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이루어놓은 것이 소략하고, 지나치게 게으름을 피웠던 것 같아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참된 시의 본질이 뭔가를 일깨워주셨던 미당 서정주 선생님께, 시인의 곧은 기개를 몸소 보여주신 남연 이형기 선생님께, 그리고 시를 경영해가는 제반 노하우를 일러주신 방산 박제천 선생님께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어쩌면 시라는 것이 저를 존재하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벽촌의 한 불목하니에 불과한 궁발의 서생을 감히 시인이라는 찬란한 이름으로 드러나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십수 년 밥을 빌어 가정을 이루고 목숨을 부지하게 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저는 사실 시에 상당한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요 몇 해 천성적인 게으름과 대책 없는 방랑벽으로 시업을 다소 등한히 한 바가 있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으면서도 삶의 무게가 짓눌러올 때면 시는 언제나 저만치 달아나 버리곤 했습니다. 제가 법학을 버리고 문학을 택한 것은 우매하기 그지없는 저의 판단 중에 그래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허망한 인생에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이 문학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남연 선생님께서 “문학을 제대로만 하면 먹고 살 길이 열린다.”고 하셨는데, 저는 부질없는 일들에 한눈을 팔며 문학을 등한시한 탓에 거의 굶어죽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상은 아마도 그러한 저의 작태에 대한 징벌인 동시에 서늘한 경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긴 방황을 끝내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살 길을 찾아야겠습니다. “시로써 마음을 닦는다.”고 첫시집의 머리말에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새로이 마음을 가다듬어 보려 합니다. 심사에 참여해 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특히 방산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상의 이름이 헛되지 않게 참된 시인의 길을 가도록 분발하겠습니다. 항상 곁에서 영감을 주고 쓸쓸한 인생의 동반자가 돼 주는 아내와 이 기쁨을 나누렵니다. 함께 시의 길을 가는 동료 시인들, 그리고 특히 문학아카데미의 동문들, 자주 얼굴 보이지 못해서 미안하고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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