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상표
2019.12.11 19:08
유기농 상표 정용진 시인
지금은 건강제일 주의 시대라
농사를 지어도
유기농이 인기다.
텃밭에다 들깨를 심고
한여름 열심히
물과 거름을 주어 길러
몇 잎 따다가
삼겹살에 싸서 소주한잔 하렸더니
밤이슬이 또르르 굴러 떨어지고
하늘이 비치도록
전신이 온통 구멍투성이다.
잎 뒤를 살펴보니
그린 애벌레가 천연덕스럽게
흰 그물을 치고
오수(午睡)를 즐기고 있다.
이놈을 범인으로 잡아
흰 접시위에 올려놓고
다그쳤더니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소슬한데
시도 쓸 줄 모르고
할 일도 없고 하여
유기농상표 하나 그렸단다.
이놈마저
초고추장에 찍어
안주로 삼켜 버리고 말까보다.
*제4회 동주 해외특별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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