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눈꽃 핀 겨울나무
2020.01.11 06:05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는 겨울나무 마른 가지.
비가 오면 방울방울 눈물꽃,
눈이 오면 소복소복 목화꽃.
가지는 부지런한 엄마를 닮아 있지.
늘 무언가 피워내고 또 무언가 만들어 내지.
봄, 여름, 가을 다 다녀가고,
지금은 개구쟁이 악동도 아랫목을 찾는 겨울.
수런대던 이야기 잎으로 떨구고,
이제는 천년 함묵으로 봄을 기다린다.
아니,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라고,
잔뿌리 한뼘 땅 움켜쥐고 발 동동이며 추위를 견딘다.
먼 산엔 하얀 눈, 응달엔 잔설의 지꺼기.
아직도 녹여내야 할 일들 하 많이 남았지만 어쩌랴.
봄은 기어코 오고야 말리니,
그 희망 하나로 삶은 견뎌 내는 것.
오늘도 눈비 내리고 찬바람 불지만,
지심 저 밑바닥 뿌리는 서로 끌어 당겨 온기를 나눈다.
마치, 이불 한 채의 온기로 가난을 다독이며,
그 추운 겨울을 나던 어린 날의 우리처럼.
(사진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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