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창 밖을 보는 사람들
2020.04.03 17:04
교황님은 창밖 텅 빈 광장을 보며 생각에 잠기신다.
베드로 광장에 모였던 그 수많은 사람과 신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간 곳 없다.
그 중에 많은 사람이 병상에 누워 있을 지도 모르고 혹은 죽어 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지금 그 분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도와 미사 봉헌 뿐이다.그러나 미사조차 신자와 함께 드릴 수 없는 현실이다.
일체의 소리가 사라지고 인적 없는 텅 빈 광장에는 적요가 흐른다.
그는 창문을 열고 천천히 손을 들어 강복을 내린다.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빈 광장엔 빵 부스러기 쪼는 비둘기조차 한 마리 없건만.
마치, 거기에 수천 수 만의 신자가 운집해 있다는 듯이...
나도 창 밖을 본다.
푸른 하늘엔 흰구름 두둥실 떠가고 그지없이 평화롭건만, 거리엔 인적 하나 없이 조용하다.
나비 한 마리 심심하다는 듯, 이 꽃 저 꽃 기웃대며 날개를 하느작거린다.
거리는 죽음의 공포로 전장같은 고요가 흐른다.
비상사태 선포로 방 안에 갇힌 나는 문득 한 소녀를 떠올린다.
안네 프랑크.
그녀의 숨막힘과 불안감이 가슴을 옥죄어 온다.
사회적 거리 두기.
미국 이민 생활 37년, 듣도 보도 못한 신용어다.
사람과 사람끼리 서로 밀춰 내야 하는 이 현실이 공포가 아니고 무엇이랴.
혼자만의 불안이 아닌 공동의 불안이기에 더욱 무섭다.
어서 이 어려운 시간이 지나 가기를...
숨막힐 듯한 이 고요가 왁자한 사람의 소리로 채워지기를...
두 손 모아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교황님은 텅 빈 광장을 굽어 보며 강복을 주시고, 나는 하늘을 우러러 기도를 올린다.
시간과 공간을 가르며 합일의 마음으로 주님께 간절한 청원을 하는 거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28 | 시조 - 할머니와 탁주 반 되 [2] | 서경 | 2017.06.24 | 64 |
427 | 포토에세이 - 눈 덮힌 강 | 서경 | 2020.05.02 | 63 |
426 | 포토 에세이 - 나팔꽃 비가 | 서경 | 2019.10.22 | 63 |
425 | 포토 시 - 유월에 내리는 비 + 영역 [2] | 서경 | 2018.07.04 | 63 |
424 | (시조) 꼬리별 [2] | 서경 | 2016.04.16 | 63 |
423 | 자유시 - 사/보이던 게 다 | 서경 | 2019.02.25 | 62 |
422 | 자유시 - 그대 이름은 + 영역 [2] | 서경 | 2018.07.23 | 62 |
421 | 포토 시 _ 너에게 + 영역 | 서경 | 2018.07.03 | 62 |
420 | 포토 에세이 - 배경에 대하여 | 서경 | 2017.07.14 | 62 |
419 | 즐거운 식사 당번 [1] | 서경 | 2017.06.03 | 62 |
418 | 수필 - 특별 방문객 K | 서경 | 2019.05.30 | 61 |
417 | 포토 시 -틈새 풀꽃 | 서경 | 2017.06.28 | 61 |
416 | 수필 - 빛 속에 싸여 | 서경 | 2022.01.10 | 60 |
415 | 포토 시 - 산골 풍경 1 | 서경 | 2021.12.22 | 60 |
414 | 포토 시 - 잔물결 연서 | 서경 | 2021.12.22 | 60 |
413 | 포토 시 - 겨울 나목 | 서경 | 2021.12.13 | 60 |
412 | 수필 폭풍 2탄 - 테마 수필 (공간, 사물, 동물, 생업 체험, 이민 생활 체험) | 서경 | 2018.09.24 | 60 |
411 | 아몬드꽃 바람에 날리고 | 서경 | 2016.06.21 | 60 |
410 | 85. 석 줄 단상 - 단발머리 그 소녀+ | 서경 | 2022.07.25 | 59 |
409 | 10. 석 줄 단상 - 어느 꽃인들 | 서경 | 2022.05.02 | 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