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수필 - 반달/이성선
2020.04.28 15:03
반은 지상에 보이고
반은 천상에 보인다
반은 내가 보고
반은 네가 본다
둘이서 완성하는
하늘꽃 한 송이
- 아름다운 담벼락 시다.
대구 광역시 수창 초등학교 담벼락에 새겨진 시라고 한다.
밋밋한 담벼락을 이토록 아름다운 시로 장식한 마음이 다사롭다.
오가는 아이의 마음들이 봄비에 촉촉이 젖은 풀잎처럼 느껴진다.
오며 가며 동시를 읽는 마음.
오물오물거리는 입으로 되뇌어 보기도 하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새겨도 보며 가슴에 한 자 한 자 파자를 하겠지.
눈 앞에 선연히 그려지는 풍경 속에 내가 있고 어깨동무 친구가 있다.
시를 읽고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순수한 동심을 잃지 않으리.
- 반은 내가 보고/ 반은 네가 본다.
절반을 나누어 보는 마음은 사과를 쪼개어 반쪽씩 먹던 젊은 날의 상큼함이 있다.
같은 반달이라도 상현달은 서로 채워주려는 기쁜 마음이 느껴진다.
대신, 하현달은 함께 저물어 가는 슬픔이 느껴진다.
너와 내가 만나 하늘꽃 한 송이 피우는 마음이 바로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랴!
사랑은 절반의 슬픔과 절반의 기쁨으로 보름달을 완성해 가는 것.
보이지 않는 나의 반쪽 달을 가끔 그려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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