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2 21:26

어머니의 마당 / 성백군

조회 수 1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머니의 마당 / 성백군

                                시집 : 동행p29

 

마당이 넓은

십수 전에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날부터 어머니 혼자 사셨다

당신 고생하시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잠시 귀국하여 머무는 동안은 농사 접겠다고  하셨는데

보니

아들 떠나자마자 다시 시작하신 농일

앞마당이 텃밭으로 변했구나

아버지 같은 마당을

어머니는 아들 생각에 사정없이 팠을 것이다

그래도 그리움이 가시지 않으셨는지

한여름 뙤약볕이 골마다 눈물에 젖어

배추 고추 마늘 참깨 들깨

잘도 자랐구나

 

 어느새 성큼 다가선 가을

추수한 알곡을 지어 나누어 놓고

시집간 딸들이야 해마다 들리니 무슨 염려가 있으리오마는

이민 아들 몫은 어찌할거나

하늘 바라보시는 어머니의 눈빛에

설움이 고여

낯설고 까마득한 거리가 못내 미운데

친구놈 찾아와 주책없이 하는

딸네만 챙기지 말고

미국 아들에게도 보내 주셔야지요

어머니 벌컥 화를 내시며

그놈 부자나라에 가서 산다는데, 설마 먹을 없을까

그래놓고 돌아서서 우셨단다

 

인편에 보내주신 밑반찬 받았다고 전화했더니

, 귀먹어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다

전화비 오른다. 그만 전화 끊어

찰깍,

어머니도 , 구십 노인 안부도 물어봤는데

삼십 넘은 손자 손주들은 밥상에 앉아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으며

우리 할머니 음식 솜씨 최고라며 잘도 먹는데

나는

숟갈 뜨다 말고 가슴이 자꾸 저려

눈물만 먹는다

까닭 모르는 아이들 물음을 뒤로한

어머니의 마당은 깊어만 간다.

 

    *31 - 06142005

2016 18 재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작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70 요단 강을 건너는 개미 성백군 2014.04.12 310
869 무심히 지나치면 그냥 오는 봄인데 강민경 2014.04.11 243
868 잘 박힌 못 성백군 2014.04.03 336
867 지상에 내려온 별 강민경 2014.04.03 202
866 기타 학우와의 대화 - 한국교육학과 김우영 작가(50대 萬年學徒) 김우영 2014.03.27 658
865 하얀 산과 호수가 보이는 집에서… 이승욱 2014.03.26 699
864 회귀(回歸) 성백군 2014.03.25 216
863 기타 김우영]한국어, 세계에 수출하자 김우영 2014.03.23 862
862 봄 날 이일영 2014.03.21 202
861 수필 [김우영 한국어이야기 4]모국어 사랑은 감옥의 열쇠 김우영 2014.03.18 446
860 설중매(雪中梅) 성백군 2014.03.15 202
859 내다심은 행운목 성백군 2014.03.15 276
858 길동무 성백군 2014.03.15 195
857 십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강민경 2014.02.25 240
856 낙원동에서 강민경 2014.02.23 244
855 태아의 영혼 성백군 2014.02.22 187
854 몽돌과 파도 성백군 2014.02.22 379
853 2월 이일영 2014.02.21 164
852 겨울 홍시 강민경 2014.02.08 336
851 문자 보내기 강민경 2014.02.03 363
Board Pagination Prev 1 ...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