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2 21:26

어머니의 마당 / 성백군

조회 수 1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머니의 마당 / 성백군

                                시집 : 동행p29

 

마당이 넓은

십수 전에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날부터 어머니 혼자 사셨다

당신 고생하시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잠시 귀국하여 머무는 동안은 농사 접겠다고  하셨는데

보니

아들 떠나자마자 다시 시작하신 농일

앞마당이 텃밭으로 변했구나

아버지 같은 마당을

어머니는 아들 생각에 사정없이 팠을 것이다

그래도 그리움이 가시지 않으셨는지

한여름 뙤약볕이 골마다 눈물에 젖어

배추 고추 마늘 참깨 들깨

잘도 자랐구나

 

 어느새 성큼 다가선 가을

추수한 알곡을 지어 나누어 놓고

시집간 딸들이야 해마다 들리니 무슨 염려가 있으리오마는

이민 아들 몫은 어찌할거나

하늘 바라보시는 어머니의 눈빛에

설움이 고여

낯설고 까마득한 거리가 못내 미운데

친구놈 찾아와 주책없이 하는

딸네만 챙기지 말고

미국 아들에게도 보내 주셔야지요

어머니 벌컥 화를 내시며

그놈 부자나라에 가서 산다는데, 설마 먹을 없을까

그래놓고 돌아서서 우셨단다

 

인편에 보내주신 밑반찬 받았다고 전화했더니

, 귀먹어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다

전화비 오른다. 그만 전화 끊어

찰깍,

어머니도 , 구십 노인 안부도 물어봤는데

삼십 넘은 손자 손주들은 밥상에 앉아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으며

우리 할머니 음식 솜씨 최고라며 잘도 먹는데

나는

숟갈 뜨다 말고 가슴이 자꾸 저려

눈물만 먹는다

까닭 모르는 아이들 물음을 뒤로한

어머니의 마당은 깊어만 간다.

 

    *31 - 06142005

2016 18 재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작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89 거리의 악사 강민경 2018.01.22 161
888 폴짝폴짝 들락날락 강민경 2018.11.07 161
887 초승달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9.01 161
886 피마자 1 유진왕 2021.07.24 161
885 시조 방출放出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19 161
884 그때 그렇게떠나 유성룡 2006.03.11 160
883 새해 인사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1.01 160
882 시조 종자種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24 160
881 갓길 나뭇잎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1.01 160
880 홍시-2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4.30 160
879 도망자 이월란 2008.04.18 159
878 사이클론(cyclone) 이월란 2008.05.06 159
877 임 보러 가오 강민경 2017.07.15 159
876 시조 그-먼 돌섬에는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7.16 159
875 시조 독도-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7.26 159
874 시조 반성反省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02 159
873 향기에게 유성룡 2005.11.21 158
872 죄인이라서 성백군 2006.03.14 158
871 거룩한 부자 강민경 2017.04.01 158
870 멈출 줄 알면 강민경 2015.09.06 158
Board Pagination Prev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