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3 17:22

11월이 왔으니 / 성백군

조회 수 1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1월이 왔으니 / 성백군

 

 

나뭇잎이 떨어집니다

겨울을 앞에 두고

나무들이 옷을 벗습니다

 

가을을 마무리하는 11월이

이생의 삶을 정리하고 저승으로 향하는 인생처럼

하나하나 나뭇잎을 털어냅니다

그동안 걸치고 있던 입성들이

바닥에서 바람처럼 굴러다닙니다

 

부도 명예도 권세도

영명길 가는 나그네에게는 짐이 된다고

장식품을 벗는 이치를

나무는 나목이 되므로 보여 줍니다

알몸이 되어야 앞이 잘 보인다고

허공에다 잔가지 큰 가지로 지나온 길을

박아 놓았습니다

 

가야지요

삶 넘어, 몇 안 남아

세상 바람을 이기겠다고 발버둥 치는 잔잎이

노욕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 벗어 버리고 가벼워진 몸으로

초겨울 찬바람 앞에 서 보겠습니다

11월이 왔으니 가을이 가기 전에

인생의 끝자락에서 하늘을 향하여

매듭 없는 승리의 함성을 지르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9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강민경 2013.12.03 281
608 봄 볕 천일칠 2005.01.31 282
607 이해의 자리에 서 본다는 것은 김사빈 2008.01.23 282
606 새들은 의리가 있다 강민경 2014.07.21 282
605 정신분열 박성춘 2007.10.28 283
604 이슬의 눈 강민경 2013.08.01 283
603 나뭇잎 자서전 하늘호수 2015.11.24 283
602 이국의 추석 달 하늘호수 2017.10.07 284
601 등산의 풍광 김사비나 2013.04.05 285
600 담쟁이넝쿨 성백군 2013.04.13 285
599 언덕 위에 두 나무 강민경 2015.01.25 285
598 독감정국 하늘호수 2017.01.16 285
597 밤에 듣는 재즈 서 량 2005.05.17 286
596 겨울 바람과 가랑비 강민경 2006.01.13 286
595 일곱 살의 남동생 김사빈 2008.06.05 286
594 헬로윈 (Halloween) 박성춘 2011.11.02 286
593 담쟁이에 길을 묻다 성백군 2014.12.30 286
592 한 점 바람 강민경 2015.09.25 286
591 딸아! -교복을 다리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26 286
590 바람난 첫사랑 강민경 2013.07.07 287
Board Pagination Prev 1 ...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