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20.12.14 13:14

황복숙 조회 수:5

 11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참새들이 무리지어 후드득 날아오른다. 몇 번의 날갯짓으로 산만했던 대열을 가지런히 가다듬은 새들은 어둠을 밀어내며 두어 번 선회 하더니 동트는  빛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가을이라기엔 너무 늦고 겨울이라기엔 이른 가을과 겨울이 몸을 섞는 11월이다. 몇 년 전 여름, 장맛비에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연골이 파열되어 무릎 수술을 했었다. 아직 다 낫지 않아 아픔을 호소한다. 굳어가는  근육을 굳지 않게 하려고  매일 산에 오른다. 걷기 불편해도 꾸준히 매일 걸어야 한단다. 산이라기엔 다소 낮은 느낌이 든다. 낮아서 더 친근하기에 새벽운동을 하려는 사람들로 숲 속이 시끌벅적하다. 아직 어둠이 깔려 캄캄해도 기구를 타면서 하나 둘 셋 넷 외치는 구령소리가 어둠을 밀어낸다. 집에서 출발해 20분 거리쯤에 체련공원이 있다. 걷기에 적당한 거리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건지산 가는 길목인 전북대학교병원 길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아주 조용했다. 병실에 켜진 형광등 불빛이 환하게 보였다. 올 여름에는 장마가 길었다. 긴 장마가 멈추고 가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했다. 오랜만의 가을비에 마른 나뭇잎을 촉촉이 적셔주고 버석하던 흙길은 걷기에 좋았다. 걷는 이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듯 기분도 상쾌하다. 등산복에 등산화를 갖추면 좋겠지만 나지막하여 편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어도 불편이 없어 더 좋다. 단풍을 보며 걷고 있는데 머리에 흰 띠를 두른 어르신들이 자전거를 타며 싱싱 빠르게 달려간다. 먼지를 일으키지 않아 밉지 않았다. 옆에 있어서 그냥 좋은 사람과 둘이서 걸으니 바쁠 것도 없고 무서울 것도 없어 나뭇잎 마른풀잎 하나도 정겹다. 어둠을 밀어내고 해가 얼굴을 드러낸다. 빙그레 웃으며 점점 커진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바람이 불어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나태주 시인의 시 ‘가을이  와’ 를  읊으며 걷는다.

 

         가을이 와

                               

 

 

가을이 와 나뭇잎 떨어지면

나무아래 나는 낙엽부자

 

가을이 와 먹구름 몰리면

하늘 아래 나는 구름부자

 

가을이 와 찬바람 불어오면

빈 들판에 나는 바람부자

 

부러울 것 없네

가진 것 없어도

가난 할 것 없네

 

  낙엽부자 구름부자 바람부자가 되니 부러울 것도 없다. 숲속 사잇길에 다람쥐 밥 도토리 저금통이 있고, 숲속도서관이 있다. 숲속도서관 입구에 안내 표지판이 있기에 읽어보니 11월 계획표에 시낭송 프로그램이 있다. 잊지 않고 감상하러 와야겠다. 전망대에 오르니 왼쪽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의 아침 먹는 소리가 들리고 동물원 입구 넓은 주차장에는 개 한 마리가 우두커니 서 있다. 숲 속 나뭇가지에서는 까치가 아침의 적막을 깨고  다람쥐가 단풍터널을 지나간다. 곱게 물든 단풍 속을 걷는데 올라올 때와는 다른 풍경이다. 산길을 오르는 사람들 내려가는 사람들이 단풍을 사진으로 담노라 열심이다. 환하게 웃음꽃이 피었다. 이래서 ‘산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고 노래했나 보다. 욕망 욕심을 내려놓고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순간의 희열을 꿈꾸며 지루한 하루를 견디고 모진 아픔을 인내해 기쁨을 맛보게 하는 11, 욕망 욕심 없는 오늘이어서 더 좋은 날이.  

                                                          (202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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