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

2020.12.19 22:31

최상섭 조회 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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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최 상 섭








오늘 열강했던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이 2020년 2학기 대망의 종강을 했다. 코로나19로 개설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남다른 교육철학으로 개강을 서둘러 주신 신아문예대학 서정환 이사장님께 감사드리며 열강으로 채워주신 김 학 교수님과 *도반으로 함께해 준 수강생들에게 송구영신(送舊迎新)과 근하신년(謹賀新年) 인사를 드린다. 모두라는 개념으로 함께한다는 것과 잃어버린 논리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로 채워진 2학기 10주간 강의가 아쉽게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이다.

혹자는 다 늦은 나이에 무슨 강의냐고 의아해 하지만 나는 평생교육이나 전문교육 차원을 넘어 재탕, 삼탕하며 십수 년을 도반들과 고락을 같이했다. 이곳 강의실에서 서로 다른 개성과 추구하는 신념이 다를 수 있는 도반인 수강생과의 만남은 기쁨 그 자체요 늘 신선한 충격을 받곤 했었다. 내년 3월 개강을 기다리며 모두의 안위를 바라는 마음과 문운창성을 소원하는 뜻은 한결같았다. 정말 끈끈한 송진이 타는 장작불 같은 열정을 느끼는 창작의 산실이었다. 그런 문우들과 잠깐이지만 헤어진다는 것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눈도 아닌 것이 비도 아닌 것이 눈처럼 혹은 가랑비처럼 내린다. 시인들은 가끔 는개비에 대한 시작(詩作)을 한다. 참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우리가 는개비를 구분하여 맞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는개비는 안개보다는 입자가 크고 이슬비보다는 입자가 작은 비를 말한다. 빗방울의 입자 크기는 순서를 살펴보면 안개 <는개비 <이슬비 <보슬비 <부슬비 <장대비 순으로 나누고, 여우비와 소나기, 장맛비가 있다. 이중 여우비만 생각해 보면 ‘해가 떠 있을 때 내리는 비’를 말한다. 여우가 해님에게 시집갈 땐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내리는 비라는 설화가 있다. 유년 시절 강가에 멱을 감을 때 이 비가 내리면 호랑이 장가간다고 했다. 아마 호랑이 장가가는 것을 시샘해서 내리는 비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오늘은 하늘이 우중충하고 희뿌연 상태에서 진눈깨비가 내리는데,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밤에는 눈이 올 성싶다. 눈 내린 신천지의 아름다운 모습이며 문학소년 시절의 낭만을 누가 싫어할까마는 나는 간절히 눈이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19로 지친 의료진이며 모든 국민의 불안한 마음을 어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하얀 눈의 신천지에 대한 낭만은 교통사고나 난방비의 증가는 둘째 치더라도 너무 사치스러운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비로부터 진눈깨비가 되거나 진눈깨비로부터 눈 또는 비가 되는 경우가 많으나, 진눈깨비만 계속되는 경우는 드문 매우 불안정한 상태의 강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눈이 내리는 도중에 기온 0℃의 면을 통과하면 얼음 입자가 녹아서 비가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기온 0℃의 면은 고도가 낮아 지표면 가까이에서 진눈깨비가 된다.


하여간 진눈깨비는 눈을 몰고 풍설할 기세여서 장대로 하늘을 찌르고 싶다. 나는 세간의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윤 모씨에게 “이 진눈깨비를 맞으며 하늘을 좀 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슴이 확 뚫릴 것이다.

(2020. 12. 18.)




*도반(道伴) : 함께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벗으로서, 도(道)로서 사귄 친구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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